부총리와 KDI 원장·실장, 일제히 강조
"유연성 늘리려면 교육·노동개혁 절실"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연 ‘KDI 국가미래전략 콘퍼런스’는 이 같은 목소리가 반복해 강조된 자리였다. 부총리와 KDI 원장ㆍ실장 등 정부 측 각급 주요 참석자는 한결같이 생산성 제고를 한국 경제의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시작은 조동철 KDI 원장이었다. 개회사에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되찾으려면 인적ㆍ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나라 전체의 생산성을 제고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은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이라고 주장했다.
노골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 원장이 우회 지목한 생산성 저하 요인은 기득권이다. 그는 “경직화한 노동시장과 교육 부문에 유연성을 부여함으로써,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혁신할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한다”고 부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논리도 비슷하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추 부총리는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탈바꿈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와 미래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절실하다”며 “기술ㆍ산업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인재 양성과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 시스템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인재 육성과 활용의 수단으로 꼽았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교육ㆍ노동개혁의 종착점이 생산성 강화라는 얘기다.
생산성은 발표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첫 세션 발제자로 나선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30년 안에 한국의 경제 성장이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성 증가율이 2011~2019년의 낮은 수준(0.7%)에 정체되는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경제성장률이 0% 내외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정 실장 역시 구조개혁 필요성을 부각하고 정책 방향을 제언했다. 핵심은 기득권을 깨기 위한 규제 완화와 경쟁 도입이다. 그는 “상품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 신성장 사업 진출을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상실한 기존 기업을 존속시키기보다 기술력을 갖춘 신생ㆍ혁신 기업 위주로 정책금융을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생산성이 좋지만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경제활동 참가가 저조한 여성과 급증하는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외국 인력을 적극 수용해 노동 공급 축소 추세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생산성 어떻게 키우나… 동상이몽
보혁 상관없이 생산성 향상은 경제학계의 공통 화두지만, 낮은 생산성의 원인 진단이 서로 다르고 그래서 해법도 진영별로 다르다. 진보 성향 경제학자인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연 신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노동 시간을 늘리고 임금을 깎는다고 생산성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주 69시간 노동’ 논란을 부른 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추진을 자본의 착취 시도로 해석하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일갈하면서다. 그러면서 기술 개발과 창의성 발휘가 가능한 분위기 형성 등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상생임금위원회 위원장인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낮은 생산성은 길게 일해야 돈을 더 받는 한국 노동시장 구조와 이를 악용하는 정규직 근로자의 기득권 탓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유연성과 경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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