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셋이 되는 결심은 다양한 둘이 되는 것부터

입력
2023.03.30 19:00
25면
0 0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출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면 다양한 성격의 결합을 인정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지난달 2월21일 동성 커플이 제기한 건강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당사자 및 지지자들이 이를 환영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출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면 다양한 성격의 결합을 인정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지난달 2월21일 동성 커플이 제기한 건강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당사자 및 지지자들이 이를 환영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동반자가 생기는 건 좋은데 며느리는 안 되고 싶어." 친구가 저녁을 먹다가 결혼에 대해 꺼낸 답이다. 수년 전만 해도 내 또래는 삼포 세대라고 불렸으나 지금의 연애-결혼 시장은 포기라는 말로만 설명하긴 어렵다. 잘 따져 보면 ①결혼을 하고는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하는 종족과 ②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는 종족으로 나뉜다. 후자에는 연애가 귀찮고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는 케이스, 연애는 하지만 어쨌든 관계를 결혼 제도 안에 가두고 싶지 않은 케이스도 포함된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22년 만 19~34세 이하 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결혼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전체 성별을 통틀어 49%나 됐는데, 남성은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점을 결혼 기피의 가장 큰 이유로 꼽은 반면 여성은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이유와 '가족 제도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답변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많았다.

아무튼 결혼을 하기엔 가족 제도가 불만족스럽고 미래의 커리어도 잃고 싶지 않은 '나'들과 부자 부모를 갖지 않는 이상 안정적 생계를 보장할 수 없고 미래에도 더 나아질지 모르는 사회에 사는 '나'들이 만나서 결혼해야 하는 '빡센' 사회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현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바로잡겠다고 나서서다. 막 논의의 첫 삽을 떴으니 그럴 수 있지만 새롭게 발표된 대책은 기존 접근과 아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체로 돌봄과 양육 부담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돌봄 공백이 충분히 해소되는지와 별개로 아직 둘이 될 결심이 되지 않은 사람이 기대를 갖기는 어려워 보였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는 '저출산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접근'이라는 흥미로운 논문에서 청년에게 ①연애, 결혼, 출산이 자기 삶에서 얼마나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②각각을 얼마나 꿈꾸는지(바라는지) 묻고 청년의 결혼 인식을 5개 집단으로 분류했다. 앞서 말한, 결혼에 대한 바람은 크나 현실적 이유로 포기하는 종족은 '괴리 집단'이다. 연애까지는 좋지만 결혼은 거부하는 종족은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가 더 크게 반영된 '비혼 집단'이다.

결혼에 대한 바람도 낮고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하는 그룹은 '비관 집단'이며, 반대편엔 결혼도 바라고 어느 정도 가능성도 있다고 믿는 '은수저 집단'과 그 정도가 더 강한 '만족 집단'이 있다. 논문은 각 집단의 성별과 학력, 종교 여부, 현재 자원, 미래 자원, 거주 지역과 소득 등을 심층 분석한 뒤에 "현재의 저출산 현상은 결혼의 연기와 포기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을 낸다.

이에 비춰 보면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괴리 집단이나 비혼 집단, 비관 집단에는 유효한 답변이 아니다. 연애마저 가성비를 따지는 현실에서 결혼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서다.

이 문제는 장기적 비전을 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에 있는가 하는 질문과도 이어진다. 저고위는 최근까지 부위원장 교체 이슈 등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여전히 정책 결정을 하거나 예산을 스스로 집행할 수 없는 자문 기구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세부적인 내용보다 누가 어떤 상을 목표로 하면서 구속력을 가지고 저출산 대책을 관장할 건지, 공동의 합의와 시스템에 대한 약속이 더 중요해 보이는 이유다.

나아가 결혼을 그대로 두고는 출산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비관, 괴리 집단이 결혼할 수 없게 만드는 장벽을 낮추는 것부터 비혼 집단에게 다양한 가족을 제안하고 설득하는 일까지 나아갈 수 있다. 최근 법원은 건강보험에서 동성 가족의 배우자 권리를 인정했다. 의회는 생활 동반자법을 과제로 짚었다. 둘이 돼도 괜찮은 기반을 만들며 남녀를 넘어 다양한 둘을 만들 수 있을 때, 더 나은 셋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