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 단명 속출 '치안정감 무덤' 인식
직원들 "잦은 교체도 문제인데 공석까지"
경기남부지역 경찰 수장인 경기남부경찰청장이 최근 2년 새 5명이나 교체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치안 수요 전국 1위 지역에서 평균 6개월마다 청장이 교체되고 있는 데다, 1995년 이후 28년 만에 청장 공석 사태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8월 7일 취임한 제36대 최해영 청장 이후 이달 28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제40대 우종수 청장까지 최근 2년 6개월 동안 5명의 청장이 교체됐다.
문제는 이들의 교체가 원포인트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치안정감의 무덤’, ‘경기남부청장=단명하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최 청장은 취임 4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31일 경찰대학장으로 발령났다. 하지만 최 청장 본인도 발령 전날 통보를 받아 내부에선 ‘경질설’이라는 말이 돌았다. 후임인 김원준 청장이 통상적 수준인 1년간 자리를 지켰지만 뒤이은 최승렬(38대), 박지영(39대) 청장은 취임 6개월 만에 퇴임했다.
최 청장은 ‘경찰청장 1순위’, 박 청장은 ‘6개월 연임 통보’ 등 입소문까지 돌았지만 결국 짐을 쌌다. 후임으로 지난해 12월 30일 취임한 우종수 청장은 영전했지만 3개월 만에 자리를 옮겼다.
청장이 교체되면 업무보고 준비에만 최소 3일에서 일주일 이상 걸린다. 일선 경찰서는 청장 방문 준비 등으로 어수선해 업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급기야 청장 공백 사태까지 발생했다.
경기남부권의 치안 수요는 2022년 말 기준 1,004만1,913명(19.5%)으로 경찰 1명당 554명에 달한다. 이는 서울(312명)보다 많은 것은 물론 전국 평균 396명보다도 훨씬 많다. 5대 범죄도 전국 45만여 건 중 8만6,200여 건(19.1%)이 발생했고, 교통사고(20.3%)와 112신고(18.2%)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우종수 국수본부장도 지난해 말 경기남부청장 취임 당시 “경기남부지역 사건사고로 인한 일평균 사망자가 6명 이상이라는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며 “사건사고가 매일 곳곳에서 터지는데 책임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자리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30일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을 치안정감으로 승진시켰지만 경기남부청장 공석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다음 달 4일 해외 출장 복귀 후 치안정감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남부청 소속의 한 경찰은 “사건사고가 가장 많은 지역의 청장 공석은 심각한 상황인데도 윗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서울 이외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곳으로 치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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