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에 감사 인사... 징계 안 받는다 생각했을 것"
"공천받기 위해" 등 추측 난무
이철규 사무총장 "징계까지 갈 정도인가 당내 이견 있어"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 통일 발언’을 사과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단순한 실언이 아닌 의도성 발언이란 견해도 제기된 가운데 김 최고위원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징계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최근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치고 당에도 큰 부담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자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두 번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육성으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전광훈 목사의) ‘전’ 자도 꺼내지 않겠다”며 자중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 김재원 최고위원 발언 논란 일지 >
3월 1일 - 김재원 의원,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화문 ‘3.1절 국민대회 집회’에서 “최고위원이 되면 고향 선배인 전광훈 목사님을 잘 모시고 함께 가겠다”
3월 8일 - 김재원 의원,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득표율(17.6%) 1위로 당선
3월 9일 - 전광훈 목사, 한 유튜브 영상에서 “이번에 1등으로 당선된 것은 연설 중 ‘고향 어르신 전광훈 목사님을 잘 모시고’라고 한 덕분”
3월 12일 - 김재원 최고위원, 전광훈 목사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수록’ 공약에 대해 “나도 반대다.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닌가?”
3월 25일 - 김재원 최고위원, 미국의 한인 보수단체 ‘북미자유수호연합’ 주최 강연회에서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게도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활동 무대가 됐다"
3월 30일 - 김재원 최고위원, 당 최고위원회에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자중하겠다”
하지만 일각에선 법조인 출신의 3선 국회의원으로 명민하고 노련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 최고위원이 2주 사이에 두 번이나 논란이 될 발언을 한 것은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태 “어차피 징계 안 받는다” 자신감?
먼저 국민의힘이 자신을 징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전 목사에 대한 대담한 ‘감사 발언’을 이어갔다는 견해다. 김용태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29일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제가 김 최고위원과 지난 지도부 생활을 같이했는데 이렇게 두 번이나 실수할 분이 아니고, 굉장히 셈이 빠르고 노련하신 분”이라며 “뭔가 달성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로 당 지도부가 김 최고위원을 징계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 것 같다”며 “전광훈 목사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재원 최고위원도 도왔지만 많은 당 지도부를 도왔고, 김 최고위원이 ‘감사함을 표현하는데 어떤 다른 지도부가 감히 나를 징계할 수 있겠어?’라는 기저가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음에도 다른 일부 최고위원들이 강하게 비판할 수도 있었는데, 다들 말씀을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목사와 어떤 ‘약속’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윤태곤 실장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김 최고위원은 두뇌 회전이 빠르고 명민하고 자기 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잘 아는 분”이라며 “(전당대회에서 전 목사 쪽 지지를 얻는) 과정에서 뭔가 정치적인 관계를 돈독히 하기로 한 약속이 있는 것인가, 내가 표를 받았으면 뭔가를 줘야 되니까 그래서 나오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망언해도 유리한 지역에선 당선" ... "국힘당 전광훈 목사와 선 그어야"
공천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당선이 유리한 지역의 공천을 받으면 사실상 망언을 하더라도 당선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다”며 “그러다 보니까 김재원 최고위원이 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역할을 하기보다는 본인의 공천과 본인의 당선만을 위해서 이런 발언들을 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 목사와 신속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29일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전 목사가 이념적으로 우측에 치우쳐서 문제가 아니라 ‘지난 4월 총선은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강하게 하는 등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이단 논란도 있다”며 “그런데 집권 여당이 이런 분에 대해서 애프터서비스(감사 인사)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는 걸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앞으로 건강한 보수를 위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을 빨리 얘기해야 하고, 그런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광화문 광장 집회 강행(2020년)으로 2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촉발시켰고,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불법 모금 혐의(2019년)로 재판을 받는가 하면 잦은 성희롱 발언과 세월호 참사 관련 망언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은 인물이다. 김 최고위원과 전 목사는 모두 경북 의성 출신이다.
당 지도부 '징계' 물음에 원론적 답변만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납득하기 어려운 자신(김 최고위원)의 주장”(3월 28일 기자들과 만나서 발언)이라며 사실상 공개 경고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해라. 경고해 본들 무슨 소용 있나”(3월 28일 SNS)라며 제명을 촉구했다.
그러나 징계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을 당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기까지 하시죠”(3월 28일)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30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당 차원의 경고나 징계 같은 게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해당) 발언이 누구를 모욕하거나 또 법에 무슨 가치를 침해하거나 한 게 아니고 자기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비판하고 경고하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이것을 가지고 징계 조치를 개시할 수 있는 정도까지 갔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당내 이견들이 있다는 말씀도 드린다”며 선을 그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윤리위를 여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과거 국회의원의 실언이라든지 여러 일들이 다 윤리위 자체적인 활동으로 이루어졌다”며 “그런 모든 가능성들까지, 현재로서는 워낙 많은 여론들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어떻게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될지를 고민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2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당의 윤리위 실종 사태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면서 "5·18 발언 같은 걸 하면 민심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당연히 징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안 하고 지나가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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