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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6강' 핑계로 승부조작까지 기습사면한 축구협회

입력
2023.03.30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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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국대표팀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한시간 앞두고 열린 대한축구협회 이사회에서 비위 징계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을 결정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가 승부조작 등의 비위행위로 징계를 받은 축구인 100명을 사면하기로 결정하면서, 비위행위자들이 축구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축구팬들이 폭발한 것은 당연하다. 사면 이유가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서”라니 이 무슨 궤변인가.

협회는 28일 한국대표팀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한 시간 앞두고 사면을 기습 발표했다.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 중인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 대상자이며,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선수 50명 중 48명이 포함됐다. 당시 승부조작의 중심에 섰던 최성국 등이 영구징계가 풀려 축구계에 복귀할 길이 열렸다. 최성국은 단순 가담이 아닌 브로커 역할까지 했다가 적발됐는데도 사면됐다. 승부조작 외에 다른 범죄도 벌인 2명만 사면에서 제외됐다니, 스포츠계에서 최악의 범죄인 승부조작 가담자에게 모두 면죄부를 준 것이다. 나머지 사면 대상자들의 범죄도 낱낱이 밝혀지지 않았다.

규정상 승부조작으로 자격정지 1년 이상 징계를 받으면 사면 후에도 지도자나 심판,선수관리담당자는 될 수 없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하지만 승부조작 등 몇 가지 비위를 제외하면 다른 비위행위자는 프로축구팀이나 대표팀에서 감독, 코칭스태프 등 지도자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협회는 특히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히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축구 꿈나무나 선수들이 비위행위자들에게 지도를 받도록 하는 게 ‘화합’이고 ‘새 출발’인가. 월드컵 16강 진출이 왜 비위행위자의 혜택으로 돌아가나.

축구팬들은 “후배들이 잘했다고 승부조작한 사람들을 사면시켜 주는 게 말이 되느냐” “한국 축구의 최대 적폐는 축협” “협회가 승부조작을 장려한다”고 분노하고 있다. 페어플레이 스포츠 정신을 허물고, 자정이 이뤄지지 않는 그들만의 세계를 보는 순간 팬들은 환멸을 느끼고 돌아서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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