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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계의 동물보호 ESG 경영

입력
2023.03.30 04:30
수정
2023.03.30 13:4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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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게 ⓒJan van de kam

투구게 ⓒJan van de kam


ESG 경영은 기업, 공기관 등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되었다. 화장품, 생활용품, 제약 분야에서도 기업의 책임으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2015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17개 주제를 포함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도달과 관련, 동물실험 감소 또는 실험대체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동물실험은 국내에서도 매년 늘어나 2021년 488만 마리가 희생되었다. 5년 전 308만 마리에 비교하여 58% 증가한 수치이다. 하지만 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의 수를 줄이고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신약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업체 사노피의 경우 '윤리와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실험동물 대체 및 감소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연구개발, 의약제품, 백신, 의료기기, 의약품 원료 시험 등에서 2030년까지 실험동물 수를 50% 감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시행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 의약용품에 쓰이는 투구게 혈액을 이용한 엔도톡신(내독소) 시험법은 대체시험 방법 중 하나이다. 역시 다국적 제약업체인 일라이릴리와 아스트라제네카에서는 동물 유래 혈액을 이용한 엔도톡신 시험법 대체 방법 도입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그 대체물질은 재조합단백질 C인자(recombinant Factor C, rFC)로, 대체 시험을 하게 되면 1배치(30리터)당 6,000마리의 투구게를 구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5만 마리 이상의 투구게가 혈액 채취를 위한 피해를 받고 있는데, 투구게는 아시아 지역에서 약재, 식용으로 쓰이며 종의 수도 줄어가고 있다.

투구게의 감소는 해양 생태계 불균형으로도 이어진다. 남미와 북극 사이를 날아다니는 철새 붉은가슴도요의 경우 미국 해변가에 있는 투구게의 알을 먹고 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구게 수의 감소는 이러한 철새의 숫자 감소로도 이어져 생태계 먹이사슬에 영향을 준다. 투구게의 감소와 그에 따른 해양 및 토양 생태계에 대한 우려를 화이자, 로슈, 사노피 등 대형 제약업체도 인지하고 투구게 혈액 대신 대체 재료 rFC를 이용한 엔도톡신(내독소) 시험을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 대체시험법이 약전에 공식 시험법으로 등재가 되었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움직임에도 국내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느리게 일어나고 있다. 작년에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투구게 혈액 대체 방법 도입에 대한 질의를 했고, 식약처장은 재조합단백질을 이용한 시험법 연구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올해 3월에는 대한민국 약전을 통해 일반정보로 개정을 공고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지만, 규제 제도로 인정하는 일반시험법으로 개정하지 않으면 기업은 새로운 시험방법 도입에 적극적일 필요가 없다.

사람과 동물의 종 차이로 인한 동물실험법의 한계는 기술 발전으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정확한 동물대체시험방법 개발과 활용은 이미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ESG 경영의 중요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내 제약사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세계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보라미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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