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등 실물 금, 장기 투자에 적합
금 현물시장 투자, 차익 비과세 장점
"자산 10% 범위 내, 분산 투자 권유"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30대 대기업 사원 정모씨는 2월 말 월급을 받자마자 요즘 가치가 오르고 있다는 금을 사기로 마음먹었어요. 정씨가 퇴근길에 찾은 곳은 금은방이 아닌 회사 근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편의점. 계산대 옆 황금빛 금 자판기에서 순식간에 순금 골드바 한 돈(3.75g)을 33만1,000원에 결제했어요. "월급날 나를 위한 선물이자 투자 목적으로 금을 샀어요. 편하기도 하고 금값도 오른다고 하니 다음 월급 받을 때 더 살지 고민이 되네요."
두바이서 보던 금 자판기, 한국 상륙
2016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 유재석과 지석진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전통시장에서 금 자판기를 발견하곤 깜짝 놀라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두 사람은 "진짜 있었다", "럭셔리 끝판왕"이라고 연신 감탄했습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사듯 금을 구매할 수 있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감이었는데요. 이젠 우리 주변에서도 눈에 띄고 있습니다.
편의점 GS25는 지난해 9월 도입한 금 자판기를 현재 30개 매장에서 운영 중입니다. 6개월 동안 판매금액은 20억 원. 모두 한 돈씩 팔았다고 가정하면 6,000명 정도 구매한 셈입니다. 자녀 대학 입학·졸업 선물로 금 자판기 최대 중량인 열 돈을 사간 중장년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은 이 기세를 몰아 금 자판기 설치 매장을 올해 100곳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편의점의 금 판매는 주식, 부동산 등에 비해 대중적이지 않았던 금 투자가 한결 가까이 다가왔음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수익이 나지 않는 투자처에 사람이 몰리진 않겠죠. 금 투자 문턱이 낮아진 뒷배경엔 최근 상승세인 금값이 있습니다.
금 가치가 실제 오르고 있는지 수치를 한번 볼까요.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가격은 지난달 28일 트로이온스(약 31.1g)당 1,973.5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8월 2,075달러로 정점에 오른 후 지난해 9월 1,600달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오름세입니다.
국내 금값도 뛰고 있습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금 한 돈은 지난달 20일 역대 최고인 36만2,000원을 찍었습니다. 일각에선 금 한 돈에 40만 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예측을 합니다. 거래량 역시 불어나고 있습니다. 은행, 개인, 외국인 등 주요 투자자의 월별 금 거래량은 3월(1~28일) 172만3,292g으로 지난해 4월 212만1,583g 이후 가장 많습니다.
금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괜히 투자했다가 손해 보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생길 법도 합니다. 금은방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 귀금속타운에는 오래 묵혀둔 금을 팔러 나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도 곳곳에서 들리고요.
금 한 돈 36.2만 원, 역대 최고
그럼에도 금은 재테크 수단으로 더욱 조명 받고 있습니다. 금 투자가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진 유망하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부터 따져보겠습니다.
금은 미국 달러, 미국 국채 등과 함께 대표 안전자산으로 여겨집니다. 경제가 어려워도 보유하고 있다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오랜 경험 때문이죠.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땐 본전도 찾기 어려운 주식, 부동산시장과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금융시장 불안은 안전자산을 향한 열망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그렇다면 같은 안전자산인 달러, 미국 국채 대신 왜 금일까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서서히 종료할 것이란 기대와 맞닿습니다. 통상 달러, 미국 국채 가치가 하락하면 이들의 대체재로서 금값은 오릅니다. 그런데 미국의 기준금리 속도 조절은 달러, 미국 국채의 약세를 낳습니다. 달러로 예금을 넣어도, 미국 국채에 투자해도 지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전망이 반영돼서죠.
올해 경기가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달러, 미국 국채는 한풀 꺾였다는 심리가 강해질수록 금값은 오르게 됩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중단하면 금값이 역대 최고점을 훌쩍 넘은 트로이온스당 2,600달러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제 금 투자법과 주의할 부분을 살펴보죠. 우선 골드바처럼 실물 금을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편의점뿐 아니라 금은방, 은행 등에서 살 수 있죠. 여윳돈이 있는 장기 투자자에게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실물 금을 살 땐 부가가치세 10%를 물어야 합니다. 순금 덩어리가 아닌 골드바나 금돼지 같은 금 상품에는 가공비용도 일부 추가됩니다. 아울러 달러처럼 팔 때 가격이 구입가보다 낮게 형성된 점도 부담입니다. 살 때 가격보다 적어도 15% 이상 올라야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죠.
금, 오래 두면 번다? 요즘엔 맞다
이런 단점에도 실물 금을 찾는 이유는 오래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번다는 게 정설로 굳어져서입니다. 2006년 7만8,500원이었던 금 한 돈 가격은 최근 36만 원대입니다. 반면 2006년 1,100~1,400대였던 코스피 지수는 2,400 선입니다. 주가가 약 2배 오를 때 금값은 4.5배 뛴 셈입니다.
부가세 등이 아깝다면 개인 간 거래도 가능합니다. 당장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열면 금 한 돈 판매 게시글을 적지 않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과거처럼 증여·상속세를 피할 편법으로 금을 구매하는 경우는 점점 줄고 있다고 합니다. 금 구매 시 부가세 납부기록이 과거보다 촘촘하게 남아 있어 자녀에게 물려주더라도 되팔 때 감시망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실물 투자 대신 스마트폰으로 손만 움직여 금을 사고팔 수도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형성된 금 현물시장을 이용하면 됩니다. 주식 투자에 익숙하고 소액 투자 목적으로 금에 관심 가진 투자자에게 추천하는데요. 증권사에서 금 전용계좌를 개설한 뒤 주식과 똑같이 거래하면 됩니다.
최소 거래량은 한 돈보다 작은 1g이고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도 0.3% 정도로 저렴합니다. 무엇보다 수익을 내도 비과세 대상이라 세 부담이 없는 게 장점입니다. 만약 보유 금을 현금 대신 실물로 받고 싶은 투자자는 100g 단위의 골드바를 부가세 10% 납부 후 받을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취급하는 금통장(골드뱅킹)은 금 현물시장보다 더 작은 0.01g 단위로 금 거래가 가능합니다. 기자가 지난달 29일 국민은행에서 금통장을 개설하고 산 금 0.01g의 가격은 829원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금 투자에 막 입문하는 투자자에게 연습용으로 안성맞춤입니다. 라면 한 봉지 값으로도 금 시세 흐름을 파악하고 손해가 나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아서죠.
한 번 하락하면 수년 이어져, 주의 필요
금통장은 은행 앱에서 적금, 투자 상품에 가입하듯 만든 다음 금을 구매하면 됩니다. 다만 금 현물시장과 달리 수익이 나면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하는 게 걸림돌입니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금 펀드 투자법도 있습니다. 금 선물지수에 연동하는 금 ETF는 최근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답니다. 금값이 내려갈 때 이익을 얻는 '인버스 투자'도 금 ETF를 통해 가능하고요. 하락장에 승부를 거는 투자는 아무래도 투자에 잔뼈가 굵은 고수에게 어울립니다. 금 ETF 역시 시세 차익을 거두면 배당소득세가 부과되고, 운용수수료가 발생하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마지막 조언. 투자업계 불문율인 '분산 투자'는 금 투자에도 적용됩니다. 금은 상승기, 하락기가 길어 자칫 고점에 샀다간 수년 동안 묵혀 두거나 손해를 보고 팔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론이 솔솔 제기되는 가운데 "달러화 강세 압력이 높아졌고 이는 금 가격 상승을 제한합니다. 금값은 최대 트로이온스당 최대 2,070달러까지 오르는 데 그칠 것"(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이라는 분석을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 등 국제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금값은 장기적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보유 자산의 10% 범위 내에서 투자하면 차익 실현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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