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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한일 공동선언 정신과 일본 교과서 문제

입력
202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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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부과학성이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일본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중 일부 초등학교 사회와 지도 교과서에서는 한국 땅인 독도에 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사진에서 오른쪽 책은 독도에 대해 현행 "한국에 점거돼"라는 표현을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로 바꾼 도쿄서적 지도 교과서. 연합뉴스

일본 문부과학성이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일본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중 일부 초등학교 사회와 지도 교과서에서는 한국 땅인 독도에 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사진에서 오른쪽 책은 독도에 대해 현행 "한국에 점거돼"라는 표현을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로 바꾼 도쿄서적 지도 교과서. 연합뉴스

지난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강제 동원 피해자 대법원판결 이행을 위한 해법을 발표했다. 같은 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28일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됐는데,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고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됐다. 양국이 역사문제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하는 상황에서 일본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출판사가 검정을 신청하고 정부가 이를 검토하는 작업은 작년에 이루어졌다. 교과서 기술의 근거가 되는 교육과정은 2017년 개정됐다. 따라서 이번 검정 결과는 최근 양국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움직임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양국이 1998년 공동선언을 토대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교과서 문제를 진지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먼저, 독도는 역사적·국제법적·지리적으로 우리 영토이고 현재 우리가 영토주권을 행사하고 있으니, 일본 교과서 기술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당당하게 주권을 행사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정확하게 가르치면 될 일이다.

일본의 한국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해서는, 일본이 한국인의 거센 저항을 억누르고 한국을 병합했다, 한국인이 관동대지진 당시 살해당했다,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강제로 동원되어 혹독한 조건에서 힘든 노동을 했다고 기술한 교과서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교과서와 비교해 보면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다. 양국의 미래세대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역사가 다르면 과거는 물론 현재의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1998년 10월 8일 김대중 대통령은 공동선언 발표 직후 일본 국회에서 한 연설에서 과거를 직시한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것은 인식한 사실에서 교훈을 찾고 보다 나은 내일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라 했다. 기시다 총리가 1998년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고 한 것은 이러한 정신도 포함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1982년 일본 교과서 기술이 외교적인 문제가 되자 근현대사를 기술할 때는 이웃 나라를 배려하겠다는 '근린제국조항'을 만들었는데, 지금도 검정기준에 포함되어 있다. 양국이 교과서 문제를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앞서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했듯이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고 미래를 위한 교훈을 찾기 위해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교과서가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가져올까 봐,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 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 공동선언의 정신을 토대로 대화하고 문제를 함께 풀어 나간다면, 미래로 나아가는 튼튼한 디딤돌이 만들어질 것이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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