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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과시 사진'으로 공직자 부정 재산 찾기 나선 인니 네티즌 수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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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과시 사진'으로 공직자 부정 재산 찾기 나선 인니 네티즌 수사대

입력
2023.03.29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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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척결위, 공무원 재산 확인 나서
네티즌들, SNS상 호화 사진에 의구심
서민 삶 팍팍한데… 분노한 시민 저항

에코 다르만토 족자카르타 인도네시아 관세청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제차와 오토바이, 고급 주택을 과시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현재 그의 계정은 비공개로 돌아선 상태다. CNBC 캡처

에코 다르만토 족자카르타 인도네시아 관세청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제차와 오토바이, 고급 주택을 과시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현재 그의 계정은 비공개로 돌아선 상태다. CNBC 캡처

인도네시아에서 공직자의 부정 재산 축적을 추적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를 주도하는 건 수사당국이 아닌 ‘네티즌 수사대’다. 탁월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 능력을 토대로 사진을 포함, 각종 정황 증거를 수집하면서 ‘민간 수사관’ 역할을 하고 있다. 공무원의 사치 행태에 대한 분노가 온라인 저항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무원 아내 인스타, '명품 가방' 일색

28일 인도네시아 리퍼블리카와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 부패척결위원회는 하리얀토 리아우주 지역 사무관의 재산보고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장·차관도 아닌, 특정 지역 중간간부급 공무원의 부패 행위가 세간의 관심을 끌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 관심이 쏟아진 건 그의 호화 생활에 의구심을 품고 문제를 제기한 주체가 네티즌이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에는 그의 부정 재산 축재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하리얀토 사무관 트위터에는 고급 호텔에서 자녀(17)의 생일 파티를 연 사진이, 아내의 인스타그램에는 구찌 등 수천만 원에 달하는 명품 가방 수십 개와 해외 고급 호텔에서의 여행 사진이 각각 무더기로 올라 있다. 연봉이 5,000만 원도 안 되는 일반 공무원 월급으로는 누릴 수 없는 모습이다.

하리얀토 사무관이 “아내 가방은 20~30만 원짜리 짝퉁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의구심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정부 기관이 네티즌들의 ‘의혹 제기’를 받아들여 그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셈이다.

하리얀토 리아우주 지역 사무관이 "아내의 가방은 모조품"이라며 온라인에서 제기된 호화 생활 논란을 해명하고 있다. 안타라통신 캡처

하리얀토 리아우주 지역 사무관이 "아내의 가방은 모조품"이라며 온라인에서 제기된 호화 생활 논란을 해명하고 있다. 안타라통신 캡처


공무원 '호화 생활', 검은돈 흔적?

하리얀토 사무관이 운 나쁘게 걸린 건 아니다. 최근 공직자들과 그 가족들이 SNS에 올린 ‘부의 과시 사진’이 네티즌 눈에 띄면서 관계 당국이 조사에 나선 사례는 더 많다. 라파엘 알룬 트리삼보도 인도네시아 남자카르타 제2지역 사무소 조세국장은 아내와 아들이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여러 채의 고급 주택을 자랑하거나 고가 수입차와 오토바이를 자랑하는 사진을 게시하는 바람에 부정부패 및 돈세탁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월급이 성과급을 포함해 4,647만 루피아(약 404만 원) 수준에 불과한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데에는 불법 자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그의 재산은 연봉의 100배가 넘는 560억 루피아(약 49억 원)다. ‘검은돈’을 챙겼을 공산이 크다.

수다르만 하르자사푸트라 동자카르타 국토청장과 안디 프라모노 관세청장도 마찬가지다. 아내들이 SNS에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으로 ‘호화 여행’을 다닌 사진을 올린 게 네티즌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신고를 접수한 당국은 재산 축적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라파엘 알룬 트리삼보도 인도네시아 남자카르타 제2지역 사무소 조세국장의 아들 마리오 단디 사트리오가 SNS에 게재한 외제차 사진. 마리오 단디 사트리오 인스타그램

라파엘 알룬 트리삼보도 인도네시아 남자카르타 제2지역 사무소 조세국장의 아들 마리오 단디 사트리오가 SNS에 게재한 외제차 사진. 마리오 단디 사트리오 인스타그램


"온라인 행동주의 살아 있어"

정부는 아예 네티즌 수사대의 정보력을 적극 활용, 부패 ‘퍼즐’을 맞춰 나가기로 했다. 부패척결위원회는 “공무원들의 부정 재산 축적 정보를 찾으면 공유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현지 매체 자카르타포스트는 “온라인 행동주의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헤루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국립 가자마다대 사회학자는 “삶이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세금을 받는 공무원들이 부패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시민들이 더욱 분노하고 있다”며 “이른바 ’공무원 사냥’은 일종의 저항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SNS에서는 세금을 내지 말자는 해시태그(#StopPayingTax)도 유행하고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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