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반대 여론에 '작전상 일보후퇴'
연휴 이후인 5월 초 여야 협상 시작
'극우파 강공' vs '시위대 저항' 예상
"입법화 재도전 땐 더 큰 싸움 시작"
이른바 '사법 개편'의 입법화를 둘러싼 이스라엘 사회의 극한 갈등이 잠시나마 소강 국면을 맞게 됐다. '사법 무력화'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이를 강행하려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외의 거센 저항을 감안해 결국 '입법 연기 및 협상' 쪽으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국 혼란이 이 정도로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사법부를 반드시 개혁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네타냐후 총리가 작전상 일보후퇴를 했지만, 오히려 이스라엘 연립정부 내 극우 인사들의 발언권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숨 고르기를 한 뒤, 더 강력하게 '사법 정비' 입법화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반(反)네타냐후'를 외치는 시민사회도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정권이 다시 '고'를 외칠 경우, 언제든 이를 '스톱'시키기 위해 투쟁 동력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한 달간 '짧은 휴전'… 야권·시위대 "지켜본다"
27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밤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국민 분열을 방지하고 내전을 피하기 위해 '사법 정비' 입법안에 대한 2·3차 독회를 의회 휴회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상임위에서 한 차례 검토된 입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토론한다는 의미인 2·3차 독회를 이스라엘 명절인 유월절(4월 5~22일)이 끝나는 5월 초로 미루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면서 '사법 정비' 입법안 처리 문제를 야권과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소수의 극단주의자(시위대)가 있지만, 나는 나라를 갈라놓지 않을 것"이라며 "(연휴 이후) 야권과 대화에 나설 것이고, 모두가 책임감 있게 행동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야권도 일단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방침이다. 다만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과거 (네타냐후의 거짓말을) 경험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의 말에 속임수가 없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도로 봉쇄를 푼 시위대는 이번 주말 대규모 집회를 다시 연다. 언제든 총파업 등 강력한 저항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전문가들 "극우파· 시위대 모두 물러서지 않을 것" 전망
현재로선 이번 사태가 향후 어떤 결말을 맞을지 예단하기 힘들다. 확실한 건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으며, 극우 초강경파 진영이 정치적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동일한 32석을 보유해 집권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극우 진영은 여차하면 연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의 힘)' 대표인 이타마르 벤-그리브 국가안보장관, 독실한 시오니즘(유대민족주의)에 기반한 '종교 시온주의당' 대표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극우파 선봉이다. 두 당의 의석수 합계는 13석이나,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이 19석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발언권은 막강한 수준이다.
극우파의 득세는 사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초한 결과다. 2022년 11월 재집권을 위해 그는 과거에 손잡았던 중도·보수 세력이 아니라, 극우·민족주의 정당과 연정을 꾸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벤-그리브 장관의 급부상은 이스라엘이 극단으로 흐른다는 걸 보여 준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5월 여야 협상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로니 리몬 정치컨설턴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현재 120석 중 64석을 차지하는 극우파 중심 연정은 이런 기회(사법부 무력화)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안다"며 사법 정비 입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시위 물결이 쉽게 가라앉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하난 플레스너 이스라엘민주연구소 소장은 "5월에 극우파들이 다시 '사법 정비'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더 큰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그저 한 달간의 휴전이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정국 상황은 한마디로 '휴화산'이며, 시기가 문제일 뿐 결국 폭발할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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