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시속 128㎞... 폭우 동반 '슈퍼셀' 현상
영향권만 274㎞ 달해 "마을 하나가 사라져"
사망자 더 늘 듯... 바이든 대통령 '비상사태' 선포
미국 미시시피주(州)를 비롯한 동남부 지역을 강타한 초대형 토네이도로 최소 26명이 사망했다. 한밤중 마을을 폐허로 만든 토네이도 습격에 희생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잔해 더미에 깔린 사람도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밤 12개 이상의 토네이도와 폭풍이 미시시피주를 관통한 결과 2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미시시피 비상관리국이 밝혔다. 토네이도는 미시시피주 잭슨에서 북동쪽으로 약 96㎞ 떨어진 곳에서 발생해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대 시속 128㎞의 속도로, 잔해를 지상에서 약 9㎞ 상공까지 날려버릴 위력이었다.
잭슨 기상청에 따르면 토네이도는 한 시간 이상 지상에 머무르며 인근 마을을 초토화시켰다. 토네이도가 할퀴고 간 거리만 274㎞에 달했다. 서울 강남에서 대구까지 이르는 거리다. 미 기상청은 대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토네이도를 형성해 우박과 폭우 등을 동반하는 '슈퍼셀(Supercell)'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집들이 무너지고 거대한 나무가 뿌리째 뽑혔으며, 골프공 크기의 우박까지 쏟아져 내려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잔해 더미로 변한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에 정신을 차린 순간 창문이 깨지고 지붕이 무너져 가까스로 몸을 피한 사람이 적지 않다. 미시시피 롤링포크에 사는 원더 볼든은 AP통신에 "바람이 휩쓸고 간 이후 집이라곤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엘드리지 워커 롤링포크 시장은 "마을 하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쇠톱을 들고 쓰러진 나무와 잔해를 절단해 가며 다른 생존자들을 찾고 있다.
전기와 수도 시스템이 마비돼 주민 불편도 잇따랐다. 미시시피와 앨라배마, 테네시주 등에서만 7만 가구 이상이 정전을 겪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시시피주(州)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가장 큰 피해를 본 △캐럴 △험프리스 △먼로 등에 연방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백악관은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주택 마련과 주택 수리, 재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대출 등의 복구 노력에 연방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가슴이 아프다.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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