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통일민중전위 국보법 위반 공소장 보니]
'보고→지령→보고' 일주일 단위 통신 이어가
서울 지역 하부 조직 결성문과 규약 보고하자
北, 지령문에 "서울 지역 새끼 회사 열렬 응원"
검찰 "경남 기반 수도권 진출 및 전국화 도모"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조직원들이 국가정보원에서 압수수색을 받기 일주일 전까지 "서울지역 신규 조직을 열렬히 응원한다"는 지령문을 북한에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창원간첩단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북한 문화교류국은 지난해 11월 3일 자통 서울지역 책임자인 김모(55)씨에게 '스테가노그라피' 방식으로 암호화한 뒤 해외 클라우드에 올리는 방식으로 지령문을 전달했다. 문서에는 "서울경기지역에 새로 설립한 새끼회사(하부 조직)의 선과 규(규약)를 통해 새로 인입(가입)한 임원들이 총회장(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지니고 변혁운동을 위해 한몸 다 바칠 결의에 충만돼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 "열렬한 전투적 인사를 보낸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북한 대남정보기구 중 가장 오랜 기간 활동 중인 문화교류국은 2006년 일심회 사건과 2011년 왕재산 사건 등 대부분의 간첩 사건에서 북측 배후 기관으로 지목된 바 있다.
자통은 해당 지령문을 받기 일주일 전인 지난해 10월 26일, 자통 하부조직인 '전국회'의 서울 지역 활동조직인 '서울바람회' 결성문과 규약이 담긴 보고문을 문화교류국에 보냈다. 규약에는 "우리는 주체사상에 근거해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 연방통일조국 건설을 위해 투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서울바람회 결성이 북측 지령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자통이 보낸 보고문엔 특히 '서울바람회' 운영을 맡은 '조 사장'이라는 인물의 활동 내역이 소상히 적시됐다. 김씨는 '조 사장'의 업무 현황에 대해 "서울경기지역 회사(조직) 설립 과정과 임원(조직 간부)들의 결의 자세 등에 대해 상세하게 보고받았는데 임원으로 선발돼 더없는 영광이고 총회장님의 충실한 전사가 되고자 하는 열의가 충만했다고 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검찰은 김씨 등 자통 조직원들과 북한 문화교류국이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매주 지령과 보고를 번갈아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지난해 9~10월 상대적으로 세력이 약한 서울경기지역 활동을 걱정하는 내용이 담긴 북한 지령문 등을 근거로, 경남 지역에 근거를 둔 자통이 지난해 대선 이후 수도권 진출 등 전국화를 도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자통이 조직 전국화를 위해 예비 학교 성격의 '후원회'를 운영한 사실도 파악했다. 노동조합 소속 활동가를 물색해 후원회에 가입시키고, 적격 심사를 거쳐 자통에 가입시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노조원들의 가족사항과 성격까지 상세히 보고하고, 부부를 함께 포섭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엔 "총회장님 관련 영상이나 소설, 노작 등이 있으면 내려주면 좋겠습니다"는 보고문을 보내는 등 북측에 새 조직원을 교육하기 위한 자료도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자통 총책 황모(60)씨와 김씨 등 조직원 4명을 지난 15일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및 범죄단체활동 혐의로 구속기소한 데 이어, 22일에는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에 대해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창원 간첩단' 사건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검찰과 국정원 수사를 두고 "국면 전환용 공안 조작사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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