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원 "신원 불분명" 구금 연장
미 검찰, 테라·루나 폭락 전 시세조작 확인
국내 송환은 불투명... NYT "도피 중 각국 누벼"
동유럽 국가 몬테네그로 법원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로 연장했다. 도주 위험이 있는 데다, 신원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유발해 투자자들에게 50조 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주범'으로 꼽힌다. 해외 도피 중에도 온라인 방송 등에 출연하는 등 공개 행보를 이어오다 도피 11개월 만에 검거됐다.
몬테네그로 법원 "권씨, 도주 위험 있어"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도 포드고리차 법원은 이날 권씨와 측근 한창준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 대해 구금 기간 연장을 명령했다. 몬테네그로 법률상 피의자 구금 기간은 최대 72시간이다. 몬테네그로 검찰은 구금 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법원이 이날 피의자 신문을 거쳐 구금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법원은 "싱가포르에 거주지를 둔 외국인으로 도주 위험이 있고, 신원이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권씨 측은 이날 피의자 신문에서 "한국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판사 기피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피의자인 권씨가 영어를 이해한다는 사실을 검사에게 서명해 확인했다"며 "자신이 이해하는 언어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권리는 존중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권씨의 국내 송환은 더 자신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싱가포르 등도 권씨의 '신병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만 해도 이미 뉴욕 검찰은 권씨를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이날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의 공소장에 따르면 권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1년 전인 2021년 5월쯤 미국의 한 투자회사와 공모해 코인 시세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폴 수배에도 공개 행보... "유럽, 아시아 누벼"
한편 권씨는 11개월 간의 해외 도피 생활 중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인터넷 생방송에 출연하는 등 공개 행보를 이어왔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최고등급 수배인 적색수배 대상에 올랐을 당시에도 트위터를 통해 "절대 숨으려고 하지 않는다. 산책도 하고 쇼핑몰에도 간다"며 도주설을 부인하기도 했다. 이달 초엔 미 뉴욕타임스(NYT)와 통화에서 "자신의 거주지를 당국과 공유하겠다는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 이후 팟캐스트 등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가상화폐 관련 팟캐스트 진행자 2명이 이끄는 실시간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뒤인 지난해 12월에는 미 법무부에서 FTX 공동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루나의 붕괴를 초래한 시세조작에 관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링크한 뒤 "어둠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밝혀질 것"이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
NYT는 "권씨는 코인 폭락 사태 이후 싱가포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까지 유럽과 아시아를 누볐다"며 "각국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상황에서도 도망자로서 매우 공개적인 삶을 살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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