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하면 동물 드려요" 학원 전단지 논란의 전말
아이가 전단지를 내밀면서 ‘여기 등록하면 다람쥐를 고를 수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순간 ‘뭐?!’ 하면서 봤는데, 장난감들 사이에 고슴도치, 햄스터, 다람쥐가 있었어요.
살아있는 생명체를 선물로 준다는 게 정말 기가 막히는데, 이게 맞는 건가요?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작성자가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 홍보 전단지였습니다. 학원에 등록하면 장난감을 비롯해 연예인 화보, 게임 아이템 등 원하는 선물을 제공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살아 있는 동물들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이 전단지는 위법의 소지가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8조 5항에 따르면 ‘도박·시합·복권·오락·유흥·광고 등의 상이나 경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습니다. 즉, 학원 등록을 하는 대가로 살아 있는 동물을 경품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 조항을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만큼, 해당 학원이 어떤 곳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동그람이는 학원의 소재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전단지를 돌린 학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A학원은 학원 전문 홍보대행사 B업체에게 홍보를 위탁했습니다. 즉, 전단지를 만들고 학생들에게 홍보를 한 주체는 B업체였던 것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 나온 것 이외의 사실도 더 알 수 있었습니다. 복수의 제보자들에 따르면, B업체는 살아 있는 다람쥐를 홍보 현장에 데려왔습니다. 학생들에게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의 모습을 실제로 보여줬다는 뜻입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학원에 등록하는 대가로 동물을 경품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B업체는 이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B업체 관계자는 “실제 동물을 분양한 적 있느냐”는 동그람이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살아 있는 동물들의 사진을 홍보 전단지에 담은 적은 있지만, 실제 동물이 아닌 인형을 제공하고 있다는 해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4년 전쯤에는 동물을 제공한 적이 있었지만,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을 받은 뒤에는 중단했다”며 동물 대신 인형을 제공하는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실제 다람쥐를 홍보 현장에 데려온 것 또한 "직원이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데려온 것"이라며 동물을 경품으로 제공할 목적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만일 B업체의 주장대로라라면, 위법성은 사라집니다. 실제 동물을 준 게 아니니 동물보호법을 적용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또한, 지난해 11월 개정된 야생생물법에 따라 동물원, 수족관 이외 시설에서 동물을 전시하는 행위도 금지되지만, 이 조항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업체 측 주장을 쉽게 믿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네이트판 게시물에 올린 작성자는 “처음엔 인형인가 싶었지만, 동물 인형이라는 말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점에 대해 B업체 관계자에게 묻자 “오인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며 “죄송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군다나 이 전단지는 A학원 홍보만을 위해 사용된 게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트판 게시글을 본 또 다른 누리꾼이 댓글을 통해 “우리 아이도 같은 전단지를 받아왔다”고 주장한 겁니다. 실제로 사진 속 경품 목록 디자인은 완전히 동일했지만, 확인 결과 A학원의 전단지가 아니었습니다. 즉, 어디선가 같은 내용으로 학원 홍보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B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를 나간 다른 직원들도 이 디자인을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단지가 어느 학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만일 조직적으로 산업의 형태로 이뤄지는 게 맞다면 정부 차원의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B업체는 부인하고 있지만, 동물을 경품으로 제공했는지부터 명확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할 듯합니다. 동물보호법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도 “홍보 목적으로 실제 동물을 제공했다면, 동물보호법 8조 5항 위반으로 형사처분 사안”이라고 재차 확인해줬습니다. 그는 전단지를 목격한 시민들에게 “경찰에 직접 신고하거나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대응법을 소개했습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며 농식품부 차원에서 유관 기관과 함께 대응책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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