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 원칙 전제 '자유로운 토론' 두고 견해 달라
'위장 탈당' 비판 4인, 사개특위 건에도 절차 지적
의원 강제 교체에 "실질적 토론 박탈" 문제 삼아
반대편 4인은 "표결 참여 보장 실질적 훼손 아냐"
"국회에서 다수결 원칙은 어떻게 실현돼야 하는가."
헌법재판관들이 23일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과정에서 제기된 다수결 원칙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다수결 원칙의 성립 전제가 되는 '자유로운 토론과 합의'를 얼마나 엄격히 볼지가 기준이 됐고, 재판관 5대 4 구도로 헌재는 법사위 단계에서 절차상 위법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관 9명은 3년 전에도 국회에서 일어난 또 다른 사건을 두고 거의 동일한 쟁점으로 충돌한 적이 있다. 국회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충돌 사건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미선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의 재판관은 당시에도 반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재판관 4명, '위장탈당' '강제사임' 모두 "다수결 왜곡"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 4명은 사개특위 위원장의 패스트트랙 가결선포행위가 적법했다고 본 다수 의견에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당시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자당 몫의 사개특위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한 경위를 문제 삼았다. 패스트트랙을 반대한 오 의원을 강제 사임시키고 가결 조건(정족수 5분의 3)을 만들어냈기에, 표결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이미 다수결 원칙의 조건인 '실질적 토론'이 무의미해졌다는 취지였다.
4명의 재판관은 23일 검수완박 관련 법안 통과 과정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했다. 이들은 개정안 입법 당시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을 묵인한 것 역시 법안 가결 조건(정족수 3분의 2)을 억지로 만들어 국회 내 토론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두 사건 모두에서 "의원들이 회의와 표결에 참여할 권한을 보장받았다"며 절차에 위법이 없었다고 봤다. 탈당과 사보임 등을 금지하는 국회법 규정이 없는 이상 이를 다수결 원칙의 실질적 훼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두 사건 모두 4대 4의 팽팽한 대립 구도였지만, 사개특위 사건 권한침해 청구는 기각됐고 '검수완박' 사건에선 권한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3년 전 유남석 소장 등의 편에 섰던 이미선 재판관이 이번 '위장 탈당' 문제를 두고는 이선애 재판관 등의 의견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무효확인 신중했지만... '주재자 중립 상실'에 "헌재 개입해야"
눈여겨볼 만한 점은 3년 전 절차적 위법을 주장하면서도 '패스트트랙 무효'엔 신중한 의견을 보였던 재판관들이, 이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선 단호하게 '법안 무효'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이들은 위장 탈당한 민 의원을 비교섭단체 몫의 법사위원으로 선임한 인물이 '회의 주재자'인 법사위원장이란 사실을 중대하게 봤다.
이선애 재판관 등은 법사위원장의 행위가 국회법 위반을 넘어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 내 다수결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49조에서 "가부동수일 때는 부결된 것으로 한다"는 문구를 들어 "회의 주재자가 다른 구성원과 동등한 지위의 표결권을 넘어서는 결정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 의원이 선임되지 않았다면 부결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법사위원장이 가결 조건을 직접 만들어내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3년 전 "헌재는 입법 관련 행위에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며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했던 이선애 재판관은 이번 '검수완박' 입법과 관련해선 추가 의견까지 내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이 재판관은 "헌법적 가치를 본질적으로 부인하는 중대한 하자가 존재해 국회의 정치적 형성권을 존중하거나 다른 방법을 기대할 수 없다"며 "손상된 헌법상 권한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무효확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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