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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 인상 끝내나... 최대 금리차에도 안도한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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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 인상 끝내나... 최대 금리차에도 안도한 한은

입력
2023.03.23 19: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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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의식 '베이비스텝' 밟았지만
'지속적 인상' 표현 바꿔... 기조 약화
한은, 4월에도 금리 동결 가능성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시 한번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 불안에도 물가 안정에 우선 방점을 찍은 것이다. 다만 성명과 기자회견 곳곳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암시했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미국 기준금리를 4.5~4.75%에서 4.75~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금융 불안의 이유로 지목된 만큼 금리 동결 필요성도 제기됐지만, 대다수 전망대로 연준은 9연속 금리 인상을 이어갔다. 물가와 금융 안정 두 가지 목표 모두 놓을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정책결정문에서 FOMC는 “최근 몇 개월 동안 고용이 증가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실업률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했다’는 문구는 삭제됐다. 최근 사태에 대해선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여건이 더 엄격해지고 경제활동과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강건하다”고 위험 전이 가능성을 일축했다.

시장은 이르면 5월 금리 인상이 종료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①이날 공개된 점도표가 힌트다. FOMC 위원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금리 전망을 취합한 이 표는 올해 말 최종금리 예상치를 5.1%(중간값)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전망과 동일한 수준인데, 앞으로 한 차례 베이비스텝만 남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다수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최종금리 5~5.25% 전망을 유지했다.

②지난번 정책결정문에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이 적절하다’며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을 명확히 한 부분을 ‘추가적인 정책 긴축이 적절할 수 있다(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 may be appropriate)’는 표현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기조가 크게 완화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에 대해 “이미 정책금리가 긴축적이라는 점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불확실성을 결정문에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③최근 은행 파산 사태가 금리 인상에 준하는 긴축 효과를 미칠 것이라 전망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파월 의장은 “금융 여건의 긴축은 통화정책 긴축과 같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사실상 금리 인상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정확히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평가할 때 입수되는 데이터와 전망의 변화에 초점을 둘 것이며 특히 신용 긴축의 실제 영향을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결과적으로 한은은 한숨 돌리게 됐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1.5%포인트까지 벌어지긴 했지만,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피했고 연준과 파월 의장 발언도 전보다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통화 긴축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인식에 이날 원·달러 환율은 29.4원 급락한 1,278.3원에 마감했다.

한은으로선 당장 다음 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3.5%)에서 한 번 더 동결하고, 물가와 경기 상황을 지켜볼 정책적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연준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건 아니다. 미국이 5월 베이비스텝만 밟아도 한미 금리 역전폭은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날 파월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재차 밝힌 만큼 고금리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이에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급등 등 부작용이 현실화하면 한은은 언제든 다시 금리 인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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