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장관, SKT 중간요금제 브리핑
구체적 내용부터 기대효과까지 설명
시민단체 "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 적다" 비판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3일 한번도 본 적 없던 브리핑이 열렸다. 통신사업자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이 SK텔레콤의 새로운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를 직접 설명하고 통신비 절약 효과까지 조목조목 강조한 것. 과기정통부 장관이 특정 통신사 중간요금제 관련 '원 포인트 브리핑'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은 새 요금제 발표 시점을 장관 브리핑이 시작되는 오후 2시까지 엠바고(일정 시간까지 보도를 유예하는 것)로 설정하며 보조를 맞췄다. 통신사업자를 관리 감독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업계 선두 사업자의 새로운 상품을 세일즈하는 듯한 모습에 시민단체는 "통신사와 정부가 발을 맞추며 타협한다"며 날을 세웠다.
①SKT가 요금제 냈는데 과기정통부가 앞장서
첫 번째 의문점은 왜 과기정통부 장관이 SK텔레콤 요금제를 직접 설명했는지다. 이 장관은 "SK텔레콤이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여 최근 고물가로 시름하는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극찬을 내놨다. 또 "월 데이터 10기가바이트(GB)를 사용하는 어르신의 경우 시니어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8~14% 통신요금 절감 효과가 있다", "월 데이터 사용량 24~110GB 사이 이용자는 최대 7,000원 통신요금 절감이 기대된다"며 구체적 효과까지 짚어줬다.
요금제를 내놓은 것은 SK텔레콤인데 마치 과기정통부가 정책 수단으로 새로운 요금제를 설계해 SK텔레콤에 건네준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현행법은 SK텔레콤이 요금제를 신고하면 부처는 적합성을 따져 승인과 반려만 결정할 수 있다. 통신사들이 신고한 요금제가 반려된 사례가 사실상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기정통부의 이날 행보는 이례적이다. 이 장관은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해당 지적을 두고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 (장관이) 직접 발표해야겠다고 판단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통신시장 경쟁촉진 대책도 장관이 직접 발표할 것"이라며 "국민적 관심이 크기 때문에 장관이 나섰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②"SK텔레콤, 보여주기식 요금제 불과"
SK텔레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SK텔레콤이 마치 혁신적 요금제를 내놓은 것처럼 '업계 최초 맞춤형 5G 중간요금제'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간요금제는 5G가 들어설 때부터 당연히 설치됐어야 한다"며 "원래부터 해야 하고,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버티고 버티다 내놓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새롭게 내놓은 요금제도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 완화에는 부족하다"며 "2~4만 원대 보편적 요금제가 같이 나와야 실질적 효과가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날 SK텔레콤이 내놓은 중간요금제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실제 지출해야 할 비용은 월 6만2,000~6만8,000원 사이다. 그러면서 "정부와 통신사가 통신비 완화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고민하는 대신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도 "통신사 이익만 극대화하는 요금제"라며 날을 세웠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전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의 4분의 1에 불과한 5G 고가요금제 이용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형태"라며 "원래 취지인 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는 적은 반면 수익성이 높은 5G 가입자를 늘리고 알뜰폰 시장을 잠식해 SK텔레콤 수익만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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