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고령층 보험사기 늘어
"경기침체로 브로커 유혹 빠진 듯"
#. A씨는 지난해 보험 브로커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브로커가 소개한 병원에서 300만 원짜리 허위 진료비영수증을 발급받아 실손보험 청구만 해주면, 40만 원을 벌게 해주겠단 것이었다. 대신 실손보험금 240만 원(실손보상비 80%) 중 200만 원을 병원 관계자에게 이체하라 요구했다. A씨를 병원에 알선해준 브로커는 그 대가로 병원으로부터 수수료를 챙겼다. 이들은 금융당국에 허위 진료비영수증을 통한 보험사기로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적발 인원도 1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보험사기 비중이 크게 늘었고, 진단서 위·변조 등에 브로커가 가담하는 보험사기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23일 발표한 보험사기 적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전년보다 1,384억 원(14.7%) 증가한 1조818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적발 인원도 같은 기간 5,050명(5.2%) 늘어난 10만2,679명이다. 1인당 평균 보험사기 금액은 1,050만 원이었다.
유형별로는 사고 내용 조작이 가장 빈번했다. 지난해 보험사기 사건의 61.8%(6,681억 원)에 달했을 정도다. 특히 진단서 위·변조와 입원수술비 과다 청구 사기로 적발된 금액만 2,468억 원을 차지하면서 전년(1,835억 원) 대비 34.5%나 늘었다. 이런 탓에 대다수의 보험사기는 손해보험(94.6%)에서 발생했다.
연령별로는 고령층의 보험사기가 두드러졌다. 2021년 19.8%였던 60대 이상의 보험사기 적발 비중이 지난해 22.2%로 크게 늘었다. 그간 증가 추세였던 10·20대 비중은 21.0%에서 17.3%로 1년 새 소폭 감소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침체로 사정이 어려워진 고령층이 보험사기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보험 브로커 조직이 활개를 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향후 유관기관과 공조해 조직형 보험사기 등에 대한 조사·적발을 강화하는 한편, 수사당국과 공조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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