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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만 노린 연쇄살인범… 사회도 공범이었다

입력
2023.03.25 1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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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영화 '보스턴 교살자'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로레타 매클로플린(왼쪽)과 진 콜은 경찰이 외면하는 연쇄살인 사건을 취재하며 용의자의 윤곽까지 파악하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로레타 매클로플린(왼쪽)과 진 콜은 경찰이 외면하는 연쇄살인 사건을 취재하며 용의자의 윤곽까지 파악하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플러스 바로 보기 | 15세 이상

여성들이 살해된다. 특징이 있다. 피해자는 혼자 지내는 노인이다. 목이 졸려 숨졌다. 목에는 선물 장식 리본이 묶여 있다. 연쇄살인으로 특정할 만한 사건들이다. 하지만 경찰은 눈치채지 못한다. 언론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 신문사 생활부 여기자가 우연히 사건들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편집국장에게 보고하나 무시당한다. 사회부 소속이 아니고 강력 사건을 취재한 적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은 그대로 묻히는 걸까.

①여성들이 죽어나가다

매클로플린은 신문사 생활부 기자이나 여러 보도에서 연쇄살인의 흔적을 찾아내고, 이를 보도하려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매클로플린은 신문사 생활부 기자이나 여러 보도에서 연쇄살인의 흔적을 찾아내고, 이를 보도하려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실화가 바탕으로 1960년대 초반 미국 보스턴이 시공간이다. 노부인들이 잇달아 살해되자 보스턴레코드아메리칸의 기자 로레타 매클로플린(키이라 나이틀리)은 연쇄살인 의문을 품는다. 처음엔 무관한 일이라며 손사래를 치던 편집국장도 매클로플린의 열성에 마음을 바꾼다. 사건 취재 전문 여기자 진 콜(캐리 쿤)이 합류한다.

면밀한 취재 결과 역시나 연쇄살인 가능성이 크다. 특종 보도를 하자 후폭풍이 따른다. 경찰은 무능하다고 낙인찍힐까 봐 완강히 부인한다. 경찰서장이 편집국장을 찾아 허위사실을 보도하지 말라며 윽박지른다. 하지만 유사한 사건이 이어진다. 노부인을 대상으로 하던 범죄는 젊은 여성들로 확대된다.


②의기투합한 두 여기자

사건 취재 경력이 풍부한 콜은 매클로플린을 도와 연쇄살인 사건을 취재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건 취재 경력이 풍부한 콜은 매클로플린을 도와 연쇄살인 사건을 취재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매클로플린과 콜은 외부 압박과 범인의 위협 속에 취재를 이어가고 특종보도를 잇달아 낸다. 몇몇 용의자를 알아내기도 한다. 여론은 성난 파도가 된다. 경찰은 떠밀리듯 연쇄살인 수사에 나선다. 유력 용의자를 특정하고, 구속시킨다. 종신형을 받은 범인은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올 일이 없다.

하지만 살인은 그치지 않는다. 엇비슷한 사건이 멀리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잇따른다. 매클로플린과 콜, 경찰이 범인을 잘못 지목한 걸까. 모방 범죄에 불과한 걸까. 아니면 공범 여럿이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저지른 일일까.

영화는 13건의 살인 사건을 둘러싼 퍼즐을 하나씩 풀어낸다. 작은 반전이 잇따르다 후반부 큰 반전이 나온다. 하지만 폭발력은 그리 크지 않다.


③자리보전 바쁜 공권력

편집국장은 특종을 생각해 매클로플린의 취재와 보도를 도우나 든든한 후원자는 아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편집국장은 특종을 생각해 매클로플린의 취재와 보도를 도우나 든든한 후원자는 아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눈여겨볼 점은 여성주의 시각이다. 남성 위주 경찰은 여성들의 잇단 피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경찰 간부들은 적극 수사로 피해자를 줄이려는 노력보다 자리보전에 바쁘다. 처음엔 보도를 부인하다 여론이 사나워지니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해 비판을 잠재우는 식이다. 공권력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애꿎은 피해자만 늘어나게 된다.

매클로플린과 콜은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을 주도적으로 쫓는다. 신문사는 두 여기자가 연쇄살인을 취재한다는 점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생각뿐이다. 매클로플린과 콜이 분투할수록 협박은 늘어나고, 남편들과의 관계는 금이 간다. 직업적으로 올바른 일을 하는 두 사람에게 불이익만 되돌아오는 꼴이다. 매클로플린과 콜이 남성이라면 그랬을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다.

뷰+포인트

실화를 밑그림 삼아 만들었다. 허구는 거의 더하지 않았다. 등장인물 대다수가 실존했다. 연쇄살인이라는 섬뜩한 소재, 꽤 놀라운 결말,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스의 밀도가 아주 높지는 않다. 익숙한 전개 방식과 진부한 묘사 때문이다. 연쇄살인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여성 혐오라는 문제를 지적하고, 폭력적인 가부장제를 끌어들인 점은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제법 묵직한 주제의식이 돋보인다고 할까. 연기력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캐리 쿤의 연기를 주목할 만하다. 감독은 맷 러스킨.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64%, 관객 75%
***한국일보 권장 지수:★★★(★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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