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 인터뷰]
올해 여객 수요, 코로나 이전 70% 수준 빠르게 회복
내년 준공 4단계 시설, 증원 없이 생산성 높여 운영
공항 밖 사업·직접 투자 가능토록 공사법 개정 필요
"사퇴 요구 없었지만 사퇴 원하는 것 알아 사임키로"
인천국제공항에 3년여간 짙게 드리웠던 코로나19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주차장은 여행객 차량으로 연일 만석이고, 4년 연속 적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깨졌다. 김경욱(57)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개항 22주년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0일 영종도 청사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5년으로 예상했던 여객 수요 완전 회복 시점이 내년으로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며 "완전한 수요 회복을 넘어 성장을 가속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천공항 여객은 올해 1~3월 1,148만 명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2019년) 대비 64.1%까지 회복됐다. 올해 여객을 코로나 이전의 64~72%(4,500만~5,100만 명) 수준으로 예측했는데, 회복 속도를 감안하면 70%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동남아(450만 명)와 일본(280만 명) 노선이 여객 수요를 견인했다. 문제는 2019년 전체 여객의 19%를 차지한 중국 노선(37만 명) 회복이 더디다는 것. 김 사장은 그러나 "9월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중국 내 방역 상황도 안정화되고 있다"며 "중국 노선 정상화가 앞당겨지면 5,100만 명 이상 달성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재무 전망도 밝다. 인천공항은 2019년 7,117만 명에 달하던 여객이 2021년 319만 명까지 줄면서 수익이 급감했다. 공항 일자리 유지를 위해 3년간 2조5,000억 원의 공항 시설 사용료를 감면해주면서 이 기간 누적 적자가 1조9,000억 원에 달했다. 부채 비율도 92.8%로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해외여행 수요가 살아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올해 당기순손실이 593억 원, 부채 비율이 110.4%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지만, 여객 증가와 성공적 면세점 입찰, 스카이72 골프장 문제 해결 등으로 2,000억 원 정도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7년 첫 삽을 뜬 4단계 건설 사업이 내년 10월 마무리되면, 인천공항은 전세계 3곳뿐인 '1억 명 공항'이 된다. 현재 공정률이 65%를 넘었다. 제2여객터미널을 확장하고 네 번째 활주로를 신설하는 내용의 4단계 사업에는 4조8,405억 원이 투입됐으며, 유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도 공사는 계속됐다.
김 사장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2025년부터 급증할 여객 수요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며 "4단계 사업이 끝나면 연간 여객 수용 능력이 7,700만 명에서 1억600만 명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 면적도 30%가량 늘어나는데, 정규직화로 인건비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흑자를 이어가기 위해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3D 엑스레이(X-ray) 검색기 등 첨단 장비 도입, 업무 절차 개선 등으로 증원 없이 버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전세계 허브 공항 경쟁이 가속화하는 것에 대해 "UAM(도심형 항공 교통) 등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공항'과 전통문화·K팝 등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문화예술공항'을 실현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며 "폴란드 신공항 컨설팅 등 해외 사업 발굴과 공항 경제권 개발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선 공항 밖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고, 직접 투자도 가능하도록 공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민간 자율성을 해치는 공항구역과 경제자유구역 중복 지정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사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현안 대부분이 해결돼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에 자리를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직접적 사퇴 요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임명권자가) 사퇴를 원하는 것은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공기관장으로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며 "다만 기관장에게 사퇴 요구를 못하는 현행 법 체계는 임기 관련 갈등이 없도록 정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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