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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세종 한복판서 스러진 공무원...세계 최고 스마트시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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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세종 한복판서 스러진 공무원...세계 최고 스마트시티 맞아?

입력
2023.03.23 04:30
수정
2023.03.2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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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귀가 사고 기재부 공무원 결국 사망
최첨단 방범장비 자전거사고 감지 못하고
최신식 정부청사는 사고자 퇴청 사실 몰라
"세금 투입한 시설, 위기에 무용지물" 비판

세종시 도시정보통합센터 관제실 모습. 야외에 있는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장비다. 정민승 기자

세종시 도시정보통합센터 관제실 모습. 야외에 있는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장비다. 정민승 기자

자전거로 귀가하다 넘어져 중태에 빠졌던 중앙부처 공무원이 숨졌다. 세계 최고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갖춘 행정중심복합도시 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다. 세종시의 재난안전 관제 장비와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의 최신식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영향을 배제할 수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기획재정부와 세종남부서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공용전기자전거로 퇴근하다 일어난 단독 사고로 의식을 잃은 5급 공무원 A씨가 18일 사망했다.

경찰 관계자는 “세종시 도시통합정보센터 폐쇄회로(CC)TV 영상, 공용전기자전거 일레클 대여 결제 정보 및 GPS 기록을 바탕으로 A씨가 13일 오후 11시 30분쯤 청사를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며 “발견된 장소는 차량이 다니지 않는 길인 점 등 타살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아 단독 사고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13일 오후 11시 30분쯤 청사를 나온 A씨는 11시 32분 자전거를 대여했다. 이후 자택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고, 자전거는 11시 35분 방축천변에서 멈췄다. A씨가 넘어지면서 머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진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A씨 부인의 ‘남편 미귀가’ 신고에도 불구하고 이튿날 오전 6시 59분 사고 현장 인근을 지나던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는 점이다. 사고 발생 7시간 24분 만이었다.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천문학적 세금을 투입해 만든 최첨단 시스템을 세종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정작 필요한 순간에 작동하지 않았다”며 “첨단 시설을 갖추고도 타 기관과의 협업이 안 돼 활용되지 못한 것을 보면서 이태원 참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2018년 영국표준협회(BSI)로부터 세계 최초로 스마트시티 국제인증을 획득했다. 핵심 장비인 도시통합정보센터 관제시스템을 중심으로 2,650대의 고성능 CCTV와 비상벨 1,108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교통은 물론 방범 관리를 한다. 세종시는 각종 정보를 한곳에서 통합 관리함으로써 시민의 안전을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근무 인력은 경찰관과 시공무원, 관제요원 등 63명에 이른다.

도시통합정보센터가 A씨의 사고를 놓쳤더라도 A씨는 더 일찍 발견될 수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부인은 14일 오전 1시 57분 아름동 지구대를 직접 방문해 ‘11시에 집으로 온다던 남편이 여태 안 오고 있다’고 신고했다. 지구대 근무자는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A씨의 위치를 ‘국가보훈처 중심 3㎞ 이내’로 확인하고 주변 수색과 근무지인 기획재정부(중앙동)를 찾아 A씨의 근무 사실 여부 등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사관리본부 방호원으로부터 ‘A씨가 사무실로 들어온 기록은 있으나 나간 기록은 없다. 안에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찾아보겠다’고 해서 타기관 인계 종결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가 그 뒤에 발생했다. 청사에서 나간 기록이 없다던 청사관리본부가 약 1시간 뒤 ‘CCTV를 통해 A씨가 청사 밖으로 나간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존 사실을 번복, 경찰에 통보한 것이다. 인원이 청사 밖으로 나갔지만, 출입정보엔 해당 기록이 없었다는 뜻이다. 기재부가 있는 중앙동은 지난해 말 완공된 최신식 정부청사 건물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재부 방문 당시 ‘A씨가 3시간 전에 나갔다. 안에 없다’고 했더라면 추가적인 수색이 이뤄졌을 수도 있었다”며 "새벽 3시 새로 근무에 투입된 근무자가 해당 내용을 전화로 전달받았지만 범죄 의심이 없는 단순 미귀가 사안이어서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행안부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A씨의 청사 출입기록이 당시 왜 바로 확인이 안 됐는지 그 이유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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