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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 윤'의 다음 선택은 인도네시아?

입력
2023.03.23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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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서 대한민국 국익을 늘리는 '세일즈맨'을 자처한다. 유능한 세일즈맨과 기업가는 위기에서 기회를 본다. 윤 대통령이 최근 대일관계 정상화 조치를 취한 건 부정적 국민정서와 야당 공세라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전략적 이익을 높이는 기회로 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선택이 성공할 경우 한국 경제는 반도체,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재편 중인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의 선택은 대외교역에서 중국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구조적 변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변수 때문에 수출을 먹고사는 한국 경제는 올 들어 비상등이 켜졌다. 2022년 3월부터 지속된 무역수지 적자가 1년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 적자다. 올 들어 무역적자가 벌써 2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 경제를 지켜온 버팀목인 수출의 감소가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에는 위기가 온다. 지금은 IMF 이후 최대 위기이다. 정부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하면서 글로벌 위기지표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무역적자가 계속되면 경상수지도 적자가 될 수밖에 없다.

위기의 본질은 중국과의 무역적자다. 지난해 한중 수교 30년 만에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첫 무역 적자를 냈다. 윤 대통령 구상대로 중국을 넘어서는 시장접근이 필요하다. '비욘드 중국'(Beyond China) 정책이다. 미국·일본과의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 기회를 동남아에서 찾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베트남을 넘어 우리나라의 향후 10년의 시장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중국을 대체할 목표시장을 찾지 않고 지금처럼 수출을 많이 하라고 관련기관을 독려하는 것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시장 정책이 아니라 공급자 정책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대신해 미래 대한민국에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국가라면 다음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우리 기업이 1만 개 이상 진출할 만큼 시장이 충분히 커야 하고, 10년 정도 성장할 잠재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국가는 세계 인구 5위 이내여야 하는데, 인구 기준 5위는 파키스탄, 4위는 인도네시아, 3위는 미국, 2위는 중국, 1위는 인도다. 당연히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핵심이 될 것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2,300여 개에 불과하다. 중국에 진출한 5만여 개, 베트남에 진출한 1만여 개에 비해 턱없이 적다. 진출 기업을 늘리지 않고 수출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 결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인도네시아와의 교역에서 우리는 102억 달러를 수출하고 157억 달러를 수입했다. 지난 정권에서 신남방정책 혹은 아세안정책 등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중시정책이 있었지만 진출 기업을 확대하려는 정책적 노력은 없었다. 이제라도 목표시장을 선명히 하고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 기업을 1만 개 이상으로 늘려가는 정책이 제안되어야 한다. 게다가 지금 중국은 인도네시아 진출에 아주 적극적이다.

유능한 세일즈맨과 기업가는 미래변화를 읽고 대비할 줄 아는 최고미래책임자(Chief Future Officer)도 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와의 관계에서도 기회를 포착해 주길 기대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프레지던트대학 국제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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