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담긴 쇼핑백, 김용이 사무실 다녀간 뒤 사라져"
"네 차례 유동규에 '약입니다' '선물입니다' 하며 전달"
정민용 "김용 독촉 전화" 김용 측 "직접 들었나" 반박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냈던 정민용 변호사가 '이재명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마련된 돈을 4차례에 걸쳐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전달한 경위를 법정 증언했다. 정 변호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사무실을 다녀간 뒤 유 전 본부장이 건넨 돈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1억 담긴 한약 박스... 파란 옷 김용 다녀가고 사라져"
정 변호사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 변호사는 이날 2021년 4월 말 남 변호사 측근 이모씨로부터 받은 1억 원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씨가 돈을 검은색 한약 쇼핑백에 담아 '이게 약입니다'라고 줬고, 나도 같은 말을 하면서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돈을 받으며 '용이 형이 올 거야'라고 했다"며 "파란색 사파리를 입은 김 전 부원장이 사무실로 들어오는 모습을 통유리로 된 흡연실에서 봤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원장이 나간 뒤 유 전 본부장 사무실에 가봤더니 쇼핑백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같은 해 이씨에게 5억 원, 남 변호사에게 1억 원을 추가로 받아 전달한 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6월 초 자택 지하주차장에서 이씨에게 1억 원씩 든 박스 5개를 받아 나이키 가방에 보관했고, 이후 유 전 본부장에게 박스 5개를 확인시켜준 뒤 차량 뒷자리에 실어줬다고 증언했다. 6월 말 남 변호사에게 받은 1억 원에 대해선 "발렌티노 신발박스에 담아 유 전 본부장 주거지에서 '선물입니다'라며 줬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또 8월에 전달한 1억4,700만 원 중 일부를 돌려받아 당시 경선 중이던 이재명 대표에게 후원했다고 밝혔다. 검사가 후원 이유를 묻자 "유 전 본부장이 '끝자리는 너 해'라며 (700만 원을) 돌려줬다"며 "후원할 수 있으면 하라길래 350만 원 정도 했다"고 답했다.
"김용이 독촉 전화" "직접 들은 것도 아니지 않나"
정 변호사는 이날 '독촉 전화' 여부를 두고 김 전 부원장 변호인으로부터 추궁을 받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사무실에서 5월 24일까지 (5억 원 마련이) 되냐고 해서 알아본 뒤 바로 (안 된다고) 알려줬다"며 "유 전 본부장이 '용이 형한테 알려줘야 한다'며 바로 통화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이 이에 "스피커폰 혹은 전화 너머로 김용 목소리를 직접 들었냐"며 따지자, 정 변호사는 "목소리를 직접 듣진 않았다"고 답했다.
정 변호사는 남 변호사 요구로 2021년 11, 12월 김 전 부원장을 세 차례 만나 변호사를 소개받았다고도 증언했다. 정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이 왜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사 질문에 "남욱이 기본적으로 경선 자금과 관련된 부분을 책임져서 (김 전 부원장이) 억울한 부분을 들어준 것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이에 "증인 생각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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