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첫 역전 뒤 2년 연속 조혼<만혼
청년층 감소에 "결혼해야" 의지 약화
서울 구로구에 사는 중견기업 디자이너 강모씨는 42세이던 지난해 12월 두 살 연상 남편과 결혼했다.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20대 후반 때 사회에 진출해 여러 번 이직한 데다 자기 사업도 한 번 해 보는 등 30대 내내 바쁘게 살다 보니, 결혼이 늦어졌다. 아쉬운 것은 출산이다. 하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강씨는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기면 낳겠지만 힘들게 병원까지 다녀가며 위험한 노산을 시도할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제 40대 초반(40~44세) 신부(新婦)가 20대 초반(20~24세) 신부보다 더 흔해졌다. 저출생 탓에 청년층 인구가 감소한 데다, 결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희미해진 결과다. 강씨의 경우처럼 만혼(晩婚) 추세는 저출생으로 반복될 공산이 크다.
2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초반 여성 혼인 건수는 1만949건으로 20대 초반 여성 혼인 건수(1만113건)를 웃돌았다. 2021년 처음 두 연령대 여성 혼인 건수가 1만412건 대 9,985건으로 역전된 뒤 2년 연속 상대적 만혼이 사실상 조혼을 앞지른 것이다.
격세지감이다. KOSIS에서 해당 통계가 검색되기 시작하는 1990년만 해도 혼인 여성 연령대 전체에서 20대 초반(19만3,778건)이 가장 많은 데다, 40대 초반(3,462건)의 56배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30여 년간 20대 초반 여성 혼인 건수가 19분의 1가량으로 쪼그라들며 전체 혼인 건수를 반토막으로 만드는 데(1990년 39만9,312건→2022년 19만1,690건)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동안 40대 초반 여성 혼인 건수는 3배가 넘는 수준으로 늘었다.
핵심 배경은 해당 연령대 인구 차이다. 연령별 주민등록 연앙인구(연초와 연말 주민등록인구의 산술평균)를 보면 작년 40대 초반 여성(195만6,000명)의 규모가 20대 초반 여성(144만9,000명)보다 컸다. 성별을 막론하고 나이가 적을수록 인구수가 적은 고령화 추세 때문이다. 더욱이 결혼해야 한다는 의지도 젊을수록 약해지고 있다. 작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20대 비중은 35.1%로 10대(29.1%)를 빼면 전 연령대에서 가장 작았다. 40대는 42.3%로 그나마 컸다. 적은 모수(母數)나 변화한 결혼관을 감안하면 20대 초반 여성 혼인 건수가 40대 초반과 비슷했다는 것은 오히려 선방이다.
문제는 저출생 악순환이다. 아무래도 만혼은 노산을 부를 수밖에 없고, 결혼 이후 첫째 아이 출산까지 통상 2, 3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난임으로 출산을 포기하거나 강씨처럼 의향이 있어도 적극성이 떨어져 출산으로까지 연결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질 개연성이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