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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놀이와 벚꽃 정치

입력
2023.03.2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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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일본 벚꽃의 날

우키요에 화가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아스카야마 벚꽃 놀이', 우타가와 히로시게 화첩 일본 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우키요에 화가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아스카야마 벚꽃 놀이', 우타가와 히로시게 화첩 일본 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숱한 기행과 자유분방한 문학(단가)으로 이름난 일본 에도시대 승려 잇큐(一休, 1394~1481)는 “사람은 무사, 기둥은 노송, 물고기는 도미, 고소데(평복)는 단풍무늬, 꽃은 요시노의 벚꽃”이라 했다. 나라현 중부 요시노(吉野)는 나라-헤이안시대(710~1185)의 중심지로, 이맘때부터 요시노산에서 강변까지 자생하는 3만여 그루의 벚꽃이 고도를 따라 산불처럼 번져 오르는 장관을 연출한다. ‘하나미(花見)’라는 꽃놀이 풍속이 헤이안시대에 시작된 게 맞다면 요시노는 일본 벚꽃 놀이의 발상지라 할 수 있다.

귀족·무사들의 꽃놀이가 대중화한 건 에도시대부터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도쿄)에 막부를 세우며, 국책(막부)사업으로 벚나무를 심었다. 습지를 농지와 택지로 조성하느라 쌓은 둑길마다 벚나무를 심었고, 궁을 비롯해 주요 도로의 가로수도 대개 벚꽃이었다. 고대 일본인들은 벼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벚꽃을 농사의 신처럼 아꼈다고 한다.

도쿠가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벚꽃 놀이의 정치를 배웠다. 일본 최고관직인 관백에 올라 무력과 행정력을 장악한 도요토미는 1598년 4월 그 유명한 ‘다이고지 벚꽃 놀이’를 개최했다. 다이고 천황이 묻힌 상징적인 사찰인 헤이안쿄(교토)의 다이고지(醍醐寺)에 700여 그루의 벚꽃을 추가로 심은 뒤 황실 권력자들과 도쿠가와 등 유력 다이묘를 대거 초대해 벌인 역사적 벚꽃 놀이. 그날 벚꽃보다 도드라진 건 당연히 도요토미의 위세였고, 비록 실패했지만, 그는 그 이벤트로 자신의 사후-후계의 무탈을 도모했다. 에도시대를 연 도쿠가와는 에도의 권력처럼, 에도의 벚꽃이 나라-교토의 벚꽃을 능가하길 원했다.

3월 27일은 '사쿠라회'라는 벚꽃 보급단체가 정한 벚꽃의 날이라고 한다. 벚꽃이 개화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일본어 3(산)과 9(쿠)를 곱한 숫자 27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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