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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그린 '미생' 시즌2, 윤태호 작가 "결국 일하는 사람 얘기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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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그린 '미생' 시즌2, 윤태호 작가 "결국 일하는 사람 얘기가 핵심"

입력
2023.03.22 10: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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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출간된 열다섯 번째 단행본
해외출장 그리려 요르단·가나 직접 취재
내년 여름 시즌2 매듭, 바로 시즌3로

만화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적당한 성장 속도는 작품의 현실성과 판타지성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지난 17일 경기 성남시의 작업실에서 만난 윤태호 작가는 "젊은층의 빠른 학습력을 내가 제대로 못 그리는 걸까, 장그래의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린가를 고민한다"고 전했다. 하상윤 기자

만화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적당한 성장 속도는 작품의 현실성과 판타지성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지난 17일 경기 성남시의 작업실에서 만난 윤태호 작가는 "젊은층의 빠른 학습력을 내가 제대로 못 그리는 걸까, 장그래의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린가를 고민한다"고 전했다. 하상윤 기자

웹툰 원작의 드라마가 쏟아지는 시대다. 그 시작점이자 대표적 성공작인 '미생'(2014). 현실에 밀착된 이야기로 직장인을 전율케 했던 드라마가 끝난 지 9년이 지난 지금도 만화는 계속되고 있다. 정직원 전환을 꿈꾸는 대기업 인턴사원 '장그래'는 이제 중소기업(정확히 말하면 대표 포함 직원 7명인 영세기업) 대리가 됐다. 그리고 여전히 '미생'(未生·사활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의 돌을 의미하는 바둑 용어)이다. "중소기업 자체가 미생"이라는 생각으로 시즌2를 그리고 있는 윤태호 작가를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시즌1 연재(2012년 1월~2013년 7월) 중반부쯤 중소기업 이야기를 시즌2에서 그리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했어요. 대기업(종합상사)을 취재해 보니 입사한다고 쭉 인생이 피는 게 아니더라고요. 퇴사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과장급 이후 퇴직한 대부분은 개인사업을 한대요. '장그래'와 '오상식 과장'이 속한 영업 3팀도 결국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2015년 카카오웹툰에서 시즌2 연재를 시작했다.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2018년부터 연재를 중단했다가 2021년 재개했다. 그러면서 '미생' 단행본 출간이 늦어졌고, 지난달 4년 만에 열다섯 번째 책이 나왔다. '미생' 단행본은 250만 부 이상 팔렸다. 그만큼 많은 독자가 기다린 새 책이다.

이번 '미생 15'는 시즌2 2부에 해당한다. '장그래'가 속했던 영업 3팀 인물들이 창업(1부)을 하고 먹거리를 찾아 해외 출장을 가는 과정을 그린다. 소재와 배경도 바뀌었지만 변치 않는 건 "일하는 사람들 얘기가 핵심"이라고 윤태호 작가는 강조했다. "매달 직원 월급을 줄 수 있으면 대단한 회사"라는 조력자(취재원)의 말을 듣고 보니 중소기업이 버티는, 또 그 안에서 돈 되는 일을 만들어 내는 이들을 다시 보게 된 것. 시즌2 2부는 그 서사의 정점이다.

'미생' 시즌2 2부를 시작하는 내용을 담은 '미생 15'가 지난달 출간됐다. 더오리진 제공

'미생' 시즌2 2부를 시작하는 내용을 담은 '미생 15'가 지난달 출간됐다. 더오리진 제공

꼼꼼한 취재로 유명한 윤 작가이지만 이번엔 중소기업을 직접 취재하지 않았다. 그들과 주로 일하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주요 취재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 직원이 자기 회사 좋다고 하면 바보 취급당하잖아요. 냉소적인 게 있어요. 반대로 경영자를 만나서 사연을 듣게 되면 (열악한 환경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됐습니다." 보다 현실적이고 중소기업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 한발 떨어져 보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요르단·가나로 취재도 다녀왔다. 이때 만난 요르단 사업가 '타르칸'은 만화에 같은 이름의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한국인에게 사기당한 부품 몇천 개를 뒷마당에 쫙 늘어놓은 장면은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 겁니다. 수억 원을 손해 봤다고 해요. 대응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 사람이 '인샬라'(신의 뜻대로)라고 하는데 되게 창피했어요. 만화에도 그대로 담았죠." 다만 만화에는 사기꾼이 벌을 받는 결말을 넣었다. 만화에서만이라도 "정의 구현"을 하고 싶었기 때문.

윤태호 작가는 17일 만화가의 매력에 대해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다"면서 "물론 책임도 모두 작가 홀로 져야 하지만, 거기서 오는 발상의 경쾌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상윤 기자

윤태호 작가는 17일 만화가의 매력에 대해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다"면서 "물론 책임도 모두 작가 홀로 져야 하지만, 거기서 오는 발상의 경쾌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상윤 기자

'이끼', '내부자들' 등 여러 인기작이 있지만 작가에게 '미생'은 조금 특별하다. 앞으로 시즌 3, 4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은, 작가로서의 '항상성'을 유지하게 하는 하나의 세계다. 장그래 등 젊은층의 결혼관을 주제로 한 시즌2의 3부를 내년 여름쯤 마무리하면 곧바로 시즌3 연재에 들어간다. "시즌3가 전 시즌의 심화 과정처럼 이어지길 바라지 않는다"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작가는 예고했다. 다만 '미생'이란 같은 제목 아래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시즌2도 기대할 수 있을까. "타르칸 사장이 장그래에게 '신의 뜻이 당신이었나 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대사를 드라마로 보고 싶다는 댓글을 보고 '저도요'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배우분들이 워낙 바쁘셔서 될까 모르겠어요"라며 웃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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