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집행 갈등 끝 법정에 자진 출석
무능과 실정으로 지난해 조기 퇴출당한 임란 칸 전 총리가 파키스탄을 카오스로 몰아넣었다. 칸 전 총리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현 정권은 각종 비리 혐의로 그를 압박하고 있고, 팬덤이 막강한 그의 지지자들은 그를 호위하려 전국에서 시위를 벌이며 저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에서 총격을 당했다가 극적으로 복귀한 이후 그의 정치적 파괴력은 더 커졌다.
일단 법정으로 간 칸… 재판부, 체포영장 취소·기일 변경
칸 전 총리는 총리 재임 시절 외국 관리로부터 고가의 뇌물을 받아 불법 판매하고 은닉한 혐의 등 86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수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5일과 14일 북부 라호르 자택에서 칸 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그의 지지자 수백 명이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몽둥이를 휘둘렀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으나 자택 문을 열지 못한 채 지지자 61명을 체포하는 데 그쳤다.
19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매체에 따르면, 칸 전 총리는 18일 수도 이슬라마바드 법정에 자진 출석했다. 법원 주변에 지지자들이 몰려 경찰과 충돌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재판부는 체포영장을 취소하고 현장 심리를 오는 30일로 연기했다.
'쳇바퀴' 정권 파키스탄, 고리 처음으로 끊은 칸의 존재
칸은 부패한 선동가인가, 탄압받는 민주주의 아이콘인가. 파키스탄의 암울한 정치사부터 살펴봐야 한다. 파키스탄이 1956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파키스탄무슬림동맹(PML)·파키스탄인민당(PPP) 등 거대 정당과 군부가 권력을 독점했다. 이들은 서방의 경제 원조 자금을 착복하고 전국의 주요 자산을 사유화했다.
권력의 독점을 처음 끊은 건 칸 전 총리였다. 크리켓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2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칸 전 총리는 2018년 총선에서 깜짝 승리해 첫 민간 정권을 수립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국가경제가 피폐해졌고, 중국과 손잡고 경제를 일으키려던 칸 정권의 구상은 중국이 보낸 막대한 청구서만 남긴 채 사실상 실패했다. 칸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낙마했다.
칸 전 총리는 재기를 노리고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지난해 11월 펀자브주(州)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당해 다쳤다. 칸 전 총리는 "정권이 나를 제거하기 위해 조직한 테러"라고 주장하며 반정부 여론에 불을 질렀다. 파키스탄 경제가 파탄 직전인 것도 칸이 지지 세력을 확장하는 동력이 됐다. 최근 중국이 부채 13억 달러(약 1조7,000억 원)에 상환 연장을 해 주기 직전까지 파키스탄은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걱정하는 처지였다.
칸 전 총리는 정권 퇴진과 조기 총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 정권은 그를 사법처리하겠다고 벼르면서 오는 10월로 예정된 선거 일정을 고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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