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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착한 암’이라고 방심하다간 자칫 목숨 위협

입력
2023.03.20 08:55
수정
2023.03.20 15:3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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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임승택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

임승택 성빈센트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갑상선암 진행이 빠르지 않아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기 마련인데 치료를 방치하다 자칫 암이 다른 조직으로 퍼지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임승택 성빈센트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갑상선암 진행이 빠르지 않아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기 마련인데 치료를 방치하다 자칫 암이 다른 조직으로 퍼지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갑상선(甲狀腺)은 넥타이를 맸을 때 매듭이 위치하는 목 앞쪽 아랫부분의 갑상 연골 앞쪽에 면해 있는 나비 모양의 내분비 기관이다. 온몸의 세포에 작용해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생성ㆍ분비한다.

갑상선에 생긴 결절(혹) 가운데 10~15%가 암으로 진단된다. 2020년 새로 발생한 암 24만7,952건 중 갑상선암이 2만9,180건(11.8%)으로 1위였다(중앙암등록본부).

갑상선암은 예후(경과)가 좋은 ‘착한 암’ ‘거북이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기 검진하지 않으면 생명을 앗아가는 사례도 있는 등 예후가 천차만별이다. 특히 다른 암과 달리 고령 환자가 암 진행이 빠른 경우도 있어 나이 많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임승택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를 만났다. 임 교수는 “갑상선암 진행이 빠르지 않아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기 마련인데 치료를 방치하다가 자칫 암이 다른 조직으로 퍼지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갑상선암 종류에는 어떤 게 있나.

“갑상선암으로는 분화암(유두암ㆍ여포암)ㆍ미분화암(역형성암)ㆍ수질암 등이 있다.

유두암은 암세포 핵이 유두(乳頭)처럼 원형 모양인 암으로, 갑상선암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주변 림프절 전이가 흔히 나타나지만 5년 생존율은 99%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아주 좋다.

여포암은 주머니 모양의 여포(濾胞)세포가 갑상선 혹을 둘러싼 피막 안으로 침범한 상태인데, 갑상선암의 5% 정도이고 예후도 좋다. 림프절 전이보다 폐 전이 등이 많은데, 세포 검사로는 진단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미분화암은 갑상선암의 0.1%에 불과하지만 예후가 극히 나쁘다. 미분화암은 수술하기 어려운 데다 수술해도 자주 재발해 사망 위험이 매우 높다. 미분화암은 분화암이 오래돼 분화 방향이 역전돼 생기는 암으로, 고령인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그래서 고령 환자에게 갑상선 혹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검사ㆍ치료해야 한다.

수질암(髓質癌)은 다른 갑상선암처럼 갑상선 여포세포가 아닌 부(副)여포세포(C-세포)에 생긴 암으로, 국내에서는 드물게 발생하고 분화암과 미분화암의 중간 정도 예후를 보인다.”

-진단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

“목 앞부분에 혹이 생기면 갑상선암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초음파검사를 통한 세포 검사가 필요하다. 세포 검사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정확도가 75~90%에 그치는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세포 검사가 갑상선암 진단의 표준 검사로 보고되고 있다.

갑상선암은 갑상선 기능 항진 혹은 저하 등과 대부분 관련 없고, 혈액검사만으로는 암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정기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유방암을 앓았다면 갑상선암에 노출될 위험이 높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갑상선을 한 쪽만 제거할 때와 양쪽 모두 제거할 때와 차이점은.

“갑상선암은 수술이 기본 치료법이다. 2개의 갑상선 엽(葉)을 모두 잘라내는 ‘갑상선 전(全)절제술’ 혹은 암이 생긴 엽만 제거하는 ‘일측성 엽절제술’을 시행한다. 갑상선 주변 림프절까지 전이된 것으로 의심되면 림프절까지 제거하는 ‘경부 림프절 곽청술(郭淸術ㆍ청소술)’을 시행한다.

예후가 좋은 갑상선 유두암의 경우 암 지름이 1㎝를 넘지 않으면(미세 갑상선암) 수술 범위를 줄이고, 발생 위치가 좋으면 곧바로 수술하지 않고 ‘경과 관찰’을 한다. 하지만 미세 갑상선암이라도 림프절 전이가 됐거나 다른 조직 전이 위험이 높으면 2개의 갑상선 엽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는 어떨 때 시행하나.

“갑상선을 양쪽 모두 제거한 환자 가운데 조직 검사에서 암세포가 남은 것으로 의심될 때 시행한다. 암 크기가 4㎝ 이상이거나, 암세포가 갑상선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 다른 장기로 퍼졌을 때도 동위원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술 후 경과 관찰 중 갑상선에서 나오는 단백질인 ‘사이로글로불린’ 수치가 너무 높아도 이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갑상선암이 예후가 좋고 진행이 느린데 꼭 수술해야 하나.

“갑상선암 진단 후 수술을 반드시 해야 하는지 묻는 환자가 적지 않다. 갑상선암은 진행이 빠르지 않기에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갑상선 위치가 가진 위험성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수술하지 않으면 진단 즉시 수술했을 때에 비해 여러 가지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예컨대 갑상선암이 진행되면서 기관지나 식도에 침범하면 이들을 모두 절제할 수도 있다. 또한 갑상선 옆 성대조절신경에 암이 침범하면 목소리가 변하거나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어 암 진단 시 빨리 수술하는 게 바람직하다.”

-갑상선암에도 로봇 수술이 적용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갑상선암 수술은 목 아래 중앙 부위를 4㎝ 정도 피부 절개하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집도의 경험에 따라 절개 범위가 달라지지만, 수술 후 목에 일정 크기 이상의 흉터가 생기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목 흉터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겨드랑이나 입 속을 절개해 수술 흉터를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로봇 수술이 갑상선암에도 적용되고 있다. 로봇 수술은 해상도 높은 3차원 영상을 통한 선명한 수술 시야 확보로 후두신경 및 부갑상선 손상 등의 합병증 발생률을 낮출 수 있고, 수술 흉터로 겪는 불만감 및 삶의 질 저하를 크게 개선할 수 있어 환자 만족도가 높다.”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갑상선암은 정기검사로 조기 진단해 경험 많은 갑상선 외과전문의에게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 예후가 좋은 암이다. 하지만 수술 후 10~15년이 지난 후에 재발하는 때도 있는 만큼, 전문 의료진과 진료 계획을 세우고 추적 관찰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수술 후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가 있는데, 갑상선을 절제하면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약을 통해 보충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갑상선 호르몬제는 임신부나 모유 수유 중에도 먹어도 되는 안전한 약이기에 호르몬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것을 너무 걱정하지 말아도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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