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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맞선 ‘촛불시장’서 유행 선도 ‘한국판 첼시마켓’으로

입력
2023.03.20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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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전통시장]<17> 망원시장
골목가게 모여 생긴 작은 동네시장
대형마트 위협에 상인들 촛불투쟁
전통시장 첫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
올해 1월 말까지 2248명 참여 호응
인근엔 '핫플' 한강공원과 망리단길
"뉴욕 첼시마켓처럼 관광 명소로"

편집자주

지역 경제와 문화를 선도했던 전통시장이 돌아옵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 특색은 살리고 참신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린 전통시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9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중앙 전광판에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종량제봉투를 주는 캠페인 '용기 내! 망원시장' 안내가 나와 있다. 이한호 기자

9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중앙 전광판에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종량제봉투를 주는 캠페인 '용기 내! 망원시장' 안내가 나와 있다. 이한호 기자

“여기 두부 좀 한 모만 담아주세요.”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두부가게를 찾은 대학생 이가은(24)씨는 두부를 사면서 플라스틱 용기부터 내밀었다. 이씨는 이어 정육점과 반찬가게에서 산 음식들도 용기에 차곡차곡 담았다. 시장 가게들은 비닐봉투 대신 용기를 쓰면 쿠폰을 준다. 상인회에서 쿠폰을 장당 종량제봉투(10L) 1장(150원)으로 바꿔준다. 이씨는 “대형마트에서 과대포장된 상품을 구입하기보다 친환경적이고, 종량제봉투도 받을 수 있어 망원시장을 자주 이용한다”며 “시장에 먹거리도 많고 가격도 저렴해 1인 가구에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대형마트 상생협약 이끌어낸 ‘촛불시장’

김진철 서울 망원시장 상인회장이 9일 사무실에서 '용기 내! 망원시장'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김진철 서울 망원시장 상인회장이 9일 사무실에서 '용기 내! 망원시장'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2년 전 망원시장이 전통시장 최초로 시작한 친환경 캠페인 ‘용기 내! 망원시장’ 반응이 뜨겁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종량제봉투와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 2021년 5월 시작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2,248명이 참여했다. 지급된 종량제봉투 수는 2만6,841매다. 처음에는 젊은층의 참여가 많았지만 이제는 지역 중장년 주민들 참여가 절반에 가깝다.

시장의 기발한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다과회 등 각종 행사에 사용할 물품과 식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인 ‘걱정마요, 김대리’, 대형마트 판촉행사처럼 품목별 파격 세일 행사인 ‘망원시장 난리 났네’ 등을 선보였다. 시장만의 차별화 시도는 젊은층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성공을 이끌었다. 이미 2018년 시장의 일평균 유동인구는 이미 2만 명을 넘어섰다. 월 매출 2억 원 이상인 가게도 생겼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들이 2012년 12월 홈플러스 입점에 반대하며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들이 2012년 12월 홈플러스 입점에 반대하며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시장 성장을 견인한 건 상인들의 단결력이다. 1970년대 골목 가게들이 모여 자연적으로 형성된 망원시장도 과거에는 여느 작은 동네시장에 불과했다. 상인들도 각자 가게를 꾸리느라 바빴다. 하지만 2012년 시장에서 불과 670m 떨어진 곳에 대형마트인 홈플러스(합정점)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근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시장을 위협할 때였다. 80여 개 점포 상인들이 한데 뭉쳐 시장을 닫고, 촛불을 켰다.

투쟁은 값진 승리로 돌아왔다. 2013년 5월 시장은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15개 품목 판매 제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철수 △13억 원 상생기금 지원이 담긴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대형마트를 상대로 전통시장이 거둔 첫 성과였다. 김진철 망원시장 상인회장은 “투쟁을 하면서 상인들이 하나로 뭉쳤고, 시장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함께해야 한다는 연대의식이 강해졌다”며 “상인들이 단결한 덕분에 이후 시장만의 차별화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맛집 늘고 망리단길도 생겨…관광명소로 우뚝

외국 관광객들이 9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 이한호 기자

외국 관광객들이 9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 이한호 기자

주변 환경도 시장에 힘을 실어줬다. 시장과 멀지 않은 곳에 망원 한강공원이 있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있는 망리단길도 형성됐다. 자연스레 외국 관광객과 젊은층 발길이 늘어났다. 이날 시장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 이마유라 하나코(22)씨는 “홍대에 갔다가 시장에 와 전과 막걸리를 사 먹었다”며 “홍대 앞보다 시장이 볼거리가 더 많은 거 같고, 여기서 김이랑 부각도 샀다”고 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신촌과 마포 문화비축기지, 상암동DMC, 망원시장 등을 둘러보는 관광상품도 내놨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미국 뉴욕 관광 명소 ‘첼시마켓’처럼 망원시장도 국제적인 관광상품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9일 오후 젊은 고객들이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강지원 기자

9일 오후 젊은 고객들이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강지원 기자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위치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위치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시장 맛집 투어도 각광을 받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고추튀김과 닭강정, 떡갈비, 호떡 등 맛집 정보들이 공유돼 있다. 친구들과 시장 맛집 투어를 온 직장인 김보라(34)씨는 “SNS에서 추천해준 맛집 따라 시장 음식을 먹어보고 있다”며 “흔한 떡볶이나 호떡도 시장에서 먹으니까 맛이 더 특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수제 돈가스를 판매하는 양수현(41) ‘바삭마차’ 대표는 “예전에는 시장에 장 보러 갔지만 요즘에는 특색 있는 먹거리를 찾기 위해 시장에 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젊은층 사이에서는 시장에서 간단히 음식을 사서 공원에 가거나 데이트를 즐기는 게 유행이다”라고 말했다.

젊은층의 발길은 반갑지만 맛집이 시장을 점령해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망원시장도 1차 식품이나 가공품보다 음식을 판매하는 가게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다. 김진철 상인회장은 “예전에는 '시장에 가면 뭐든지 다 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의류나 생활용품은 상대적으로 먹거리에 밀려나고 있다”며 “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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