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3연임 확정 직후 방러... 반미 전선 재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연쇄 접촉… 중재자 면모 연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도중 대화하고 있다. 사마르칸트=타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17일 밝혔다. 최근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협상 개최를 목표로 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상황인 만큼,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전쟁을 멈출 해법 도출 여부가 이번 중·러 정상회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20일부터 사흘간 러시아를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간 대면 회담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이후 7개월 만이며, 시 주석의 러시아 국빈 방문은 2019년 6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찾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며 중·러 정상회담을 예고한 바 있다.
시 주석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시점뿐 아니라, 최근 국제 정세와 관련해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우선 지난 13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시 주석이 국가주석직 3연임을 확정하자마자 이뤄진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첫 해외 방문지로 최대 우방인 러시아를 선택한 셈인데,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맞서기 위해 '반(反)미 전선'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이날 "두 정상은 양국 간 포괄적 동반자 관계의 미래 및 전략적 상호 작용과 관련된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국제무대에서 양국 협력을 증진할 방법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드러낼지도 외교가의 관심사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발표했는데, 일종의 중재안 성격이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대로라면, 전쟁 당사국의 두 정상이 시 주석을 매개로 '간접 대화'를 나누게 되는 셈이다.
우크라이나도 중국의 중재 움직임에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모든 당사자가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절제된 자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가능한 한 빨리 평화 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며 휴전 협상을 재촉했다. 쿨레바 장관은 친 부장과 통화를 마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의) 침략을 끝내고 우크라이나에 정의로운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 공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썼다.
일각에선 중국의 대(對)러시아 무기 지원 논의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최근 들어 중국이 살상용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다며 두 나라 간 군사협력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 왔다. 중국은 "교전 지역에 어떤 무기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무기 지원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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