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3사 "준비 잘하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
유럽연합(EU)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고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이 공개된 17일 국내 산업계는 대체로 미국의 IRA와 다르게 한국을 비롯한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항이 없다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면서 지난해 유럽시장 점유율 1위(73%)를 차지한 국내 배터리 3개 회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원자재 공급처 다변화, 폐배터리 재활용 등을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이번 CRMA에선 전략적 원자재 소비량의 65% 이상을 특정한 제3국에서 수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에선 미 IRA를 대비하며 미국, 호주, 칠레 등으로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상황이지만 짧은 시간에 의존도를 크게 낮추기는 쉽지 않다. 필수 광물인 수산화리튬을 비롯한 코발트, 천연흑연 등이 많게는 중국 의존도가 94%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광산을 사들여 직접 채굴하기도 했지만 수요를 따라가진 못하는 형편"이라며 "여러 갈래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미 IRA법과 달라 기회 될 수도"
대신 준비만 잘하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광물의 유럽 역내 채굴 또한 불가능한 만큼 CRMA에 맞춰 제때 대비하는 업체가 시장 경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SK온과 삼성SDI는 각각 헝가리에 공장을 두고 있어 현지 배터리 생산이 의무화가 되더라도 당장 큰 문제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원자재의 15%를 폐배터리 등을 재활용해 조달해야 한다는 조항도 기회 요인이다. 배터리 제조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인 리튬과 코발트는 중국을 빼면 매장량 대부분이 남미와 오세아니아에 몰려 있어 폐배터리를 통해 유럽에서 부족한 핵심 광물을 확보해 자체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유럽에 공장을 세워 상용화에 들어간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은 포스코홀딩스·성일하이텍과 벨기에 유미코아 정도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유럽의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수거·분쇄해 가루 형태의 중간가공품인 블랙매스를 생산 중"이라며 "이번 CRMA가 사업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업계도 이번 초안을 꼼꼼히 따져보며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체코에서 코나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고 기아는 2025년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전기차를 만들 계획이어서 CRMA 적용 대상이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보호장벽을 높이는 조치지만 초안을 보면 미국 IRA와는 성격이 다른 듯하다"며 "실질적 보조금 지원 수준이나 실행 방안, 상세한 지원책 등 구체적 내용이 나온 뒤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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