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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유럽연합판 IRA...한국에는 '낫 배드(Not B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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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유럽연합판 IRA...한국에는 '낫 배드(Not Bad)'

입력
2023.03.17 16:00
수정
2023.03.17 16:28
4면
0 0

유럽연합 16일 핵심원자재법 초안 발표
EU 역외 제3국 차별조항 없어 국내 기업 타격 적을 듯
대기업 공급망 감사 조항은 우려
정부 "업계 의견 모아 EU에 전달"

티에리 브레튼 유럽연합(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이 16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열린 집행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원자재를 들고 있다. EU는 이날 주요 원자재에 대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편, 중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을 제한하는 한편 보조금 등 재정적 인센티브를 풀어 EU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AP 연합뉴스

티에리 브레튼 유럽연합(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이 16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열린 집행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원자재를 들고 있다. EU는 이날 주요 원자재에 대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편, 중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을 제한하는 한편 보조금 등 재정적 인센티브를 풀어 EU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핵심광물에 대한 역외 의존도를 65% 미만으로 낮추기 위한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공개했다. 핵심원자재법은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중국과 미국에 맞서 역내 보호장벽을 높인다는 뜻에서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역외 국가에 대한 차별 조항을 점검하는 한편 업계 의견을 모아 EU 집행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16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는 원자재법 시행을 통해 2030년까지 제3국에서 얻은 전략적 원자재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사실상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인다는 취지다. EU가 규정한 전략적 원자재는 현재 총 16종으로 이 중 희토류 98%, 리튬 97%, 마그네슘 93% 등을 중국산에 의존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첨단 산업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다. EU는 역내에서 전략적 원자재의 최소 10%를 채굴하고, 최소 40%를 가공하겠다는 구상도 초안에 담았다. 이를 위해 EU 역외의 제3국도 참여할 수 있는 '전략적 프로젝트'를 설정해 24개월 이내에 인허가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금융 지원도 검토한다.

기업 규제도 강화한다. 초안에는 직원 500명 이상, 연간 매출 1억5,000만 유로(약 2,100억 원) 이상인 역내 대기업에 대해 공급망 감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는 조항이 있다. 국내 기업 중 배터리 3개 사가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SK온과 삼성SDI는 헝가리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초안에 불이익 조항 없어...국내 산업 타격 크지 않을 것"

삼성SDI 헝가리 공장. 삼성SDI 제공

삼성SDI 헝가리 공장. 삼성SDI 제공


전문가들은 원자재법으로 인해 당장 우리 기업들이 입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액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북미 지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원자재를 40% 이상 써야 하는 IRA와 달리 원자재법은 전략적 원자재의 역내 자급률 목표를 정한 선언적 성격이 짙다는 설명이다. 조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전략실 부연구위원은 "초안에서 밝힌 내용들은 강제 조항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정책 목표와 같은 성격"이라며 "세부 조항이 나오지 않았지만 초안만 보면 해당 조항을 지키지 않을 때 입을 불이익이 나오지 않았다"고 짚었다.

인허가 등 각종 지원이 주어지는 '전략적 프로젝트'①EU 공급망에 상당한 이바지를 하고 ②EU 환경 기준을 지키고 ③EU국가에 상호 호혜적 기여를 하는 등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제3국도 참여가 가능하다.

대기업의 공급망 감사 역시 독일, 프랑스 등 EU 가입국 내 국가들도 똑같이 적용받는다. 감사 결과는 기업 내 이사회 또는 감사 담당 조직에 보고하도록 해 기업 기밀이 특정 국가나 EU집행위원회에 노출될 우려도 차단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장은 "초안에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액수가 담기진 않는다"며 "역내 각 국가가 보조금 규정을 정할 때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법은 EU의 친환경 산업 육성 청사진인 '그린 딜 산업계획'에서 예고된 핵심 법안이다. 장 팀장은 "기금 마련,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혜택으로 미뤄 역내 진출한 우리 기업에게는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면서도 "탄소중립산업법, 역외보조금 규정, 전략적 파트너십 등 그린 딜 산업 계획으로 추진 중인 다른 법안의 파급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초안이 수백 쪽에 달해 법률 분석 중"이라며 "역외 국가에 대한 차별 조항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공급망 감사 결과를 EU에 보고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그 조항이 기업에 부담이라는 업계 의견이 나오면 EU집행위원회에 의견서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초안은 유럽의회와 각료이사회 협의를 거쳐야 한다. 입법까지 1, 2년이 걸릴 예정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산업계 의견을 모아 EU집행위원회에 전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다음 주 중 업종 간담회를 하고 원자재법에 관한 업계 의견을 듣는다. 법안 세부 검토를 거쳐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는 다음 달 6일 열릴 예정이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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