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첫 제동
"그래도 진옥동 임명될 듯"
"KT 사장 반대하란 뜻" 해석도
국민연금이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정부 기조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연금 의사와 관계없이 진 내정자의 선임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16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제2차 회의를 열고 23일 신한금융 정기주주총회에서 진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에서는 라임자산운용펀드 불완전판매 사건으로 금융당국에 경징계(주의적 경고)를 받은 이력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본다. 국민연금은 사외이사로 재추천된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윤재 전 KorEI 대표에 대해서도 반대하기로 했는데, 역시 내부통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진 내정자 선임 안건은 주총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주주들이 지침으로 삼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기관주주서비스(ISS)가 최근 진 내정자 선임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ISS는 2년 전 부정적 평가를 뒤집고 "진 내정자는 리스크 관리를 개선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고, 라임 사태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고 판단했다. 신한금융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총 60% 정도다. 국민연금이 1대 주주(7.96%)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소액주주에게 미칠 영향력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이 더 주목하는 건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 즉 대주주가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에 제동을 건 첫 사례라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한 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진 내정자는 내부 출신인 데다 '고졸 출신 은행장'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고, 신한은행장 재직 때도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둬 금융권 내부에선 "차기 회장으로서 결격 사유가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KB·우리·하나 등 다른 주요 금융지주의 안건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사주를 제외하면 국민연금은 이들의 1대 주주다. 일각에선 진 내정자 반대가 "KT 사장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라"는 우회적 압박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소유분산기업인 KT 차기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정부(반대) 대 소액주주(찬성)'의 첨예한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KT 지분 5.48%를 지닌 3대 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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