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법 무력화' 반대 시위 심화
총리 방문 독·영엔 "취소 요청" 편지도
네타냐후, 독일 방문 일정 하루 줄여
이스라엘 1,000명의 작가와 예술가, 학자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방문이 예정된 독일과 영국에 관련 일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앞서 이탈리아 방문에서도 통역을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은 네타냐후 총리는 15일(현지시간) 독일로 떠나면서 '돌아오지 말라'는 시위대의 현수막을 맞닥뜨렸다.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무력화' 시도가 계속되는 반발의 원인이다.
AFP통신 등 외신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위험하고 파괴적인 리더십과 국가 기관의 해체, 입법 조치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저항을 고려해 독일과 영국이 그의 방문 취소를 조속히 발표해달라"는 내용의 편지가 이스라엘에서 양국의 대사관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학계와 예술계 등을 아우르는 1,000명의 인사는 편지에서 "이스라엘은 민주주의에서 독재로 변모하는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있다"며 "방문이 이뤄진다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편지는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무력화 입법 반대 시위가 10주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정부는 의회에 단순 다수결로 대법원 판결을 뒤집거나 판사를 임명할 권한 등을 주는 내용의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반발해 주말마다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시에서 벌어지는 시위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9일에는 이탈리아 로마로 떠나려는 네타냐후의 발을 묶으려 시위대 수백 명이 벤구리온 공항 진입로로 몰려드는 일도 생겼다.
당시 헬기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해 가까스로 로마로 출발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공식 언어인 히브리어 통역사로부터 통역 요청을 거부당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통역사 올가 달리아 파도아는 "정치적 견해에 공감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리더십은 민주주의에 매우 위험하다"고 네타냐후 총리의 통역에 나서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시위대는 총리가 독일로 떠나는 이날도 공항 근처로 모여 '돌아오지 말라' '도주 중인 독재자'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독일 베를린을 찾은 네타냐후 총리는 16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할 계획이다. 이를 앞두고 베를린에서도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지켜라'라는 구호를 내건 네타냐후 총리 방문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이스라엘의 민심은 심상치 않다. 네타냐후 총리의 독일 방문 일정은 예정보다 하루 짧아지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정부는 국가 안보에 관한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으나, 일정 변경과 연관이 있는지는 알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