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고위직 진출 '자격 조건' 이례적 공개
친강·장여우샤, 기준 충족 아닌데도 발탁
"일부 관리, 자발적 퇴진"...리커창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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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1차회의 폐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중국이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국무원 등 정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가운데, '고위직 승진 자격 조건'을 공개했다. 연령과 출신, 경력 등과 관련해 최소한의 필요 조건을 설정한 셈인데, 중국이 이처럼 구체적으로 고위직 인선 기준을 밝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15일 홍콩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3일 밤 '국가 조직과 전인대 지도부의 구성 과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행정부(국무원) 고위직 선발 기준을 상세히 설명했다. 13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 체제를 이끌어 갈 주요 기관 고위 간부의 선출·인선이 이뤄진 14기 전인대가 폐막한 날이다.
신화통신은 국무원을 비롯해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전인대,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중앙군사위원회 등의 고위직 진출에 대해 "1955년 1월 이후 출생자만 가능했다"고 전했다. 중국 고위공직자 인선의 불문율이었던 '7상8하(67세 이하는 유임, 68세 이상은 은퇴)' 원칙이 이번 인사에서도 적용됐다는 것이다.
다만 홍콩·마카오 등 특별행정구나 소수 민족 출신 인사와 관련해선 나이 제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진 않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또, '장관급 직책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에게 승진 또는 유임 기회를 제공했다'고도 설명했다.
'3개월 만에 고위직' 친강, '73세 노장' 장여우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꾸려진 국무원과 전인대 상무위원회, 정협 전국위원회 위원들의 평균 나이는 각각 61.7세, 65.4세, 65.3세로 파악됐다. 전체적으로는 인사 원칙을 충족한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예외적 사례도 없지 않다.
친강 외교부장의 '국무위원 승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외교부장에 오른 친 부장은 이번 전인대에서 5명의 국무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5년 이상 장관직 수행'이라는 기준과 달리, 불과 3개월 만에 국무원 고위직을 꿰찬 것이다. 인민해방군 최고 지휘부인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출된 '73세의 노장' 장여우샤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모두 대표적인 '시자쥔(習家軍·시 주석의 측근 그룹)'으로 거론되고 있다. 친강은 '시진핑 2기' 시절 미국 주재 중국대사에 발탁된 뒤, '시진핑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외교부장에 임명됐다. 시 주석과 의형제를 맺은 사이로 알려진 장여우샤는 군부 내 '시진핑 충성파'로 통한다. 인사 기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시 주석의 신임이 두텁다는 방증이다.
"일부 관리, 젊은 후배에 길 터 주려..."
신화통신은 특히 "국가 최고위직 후보들은 '두 개의 확립'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개의 확립'은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및 전당(全黨) 핵심 지위 확립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을 뜻한다.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이 전제돼야만 승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통신은 "일부 관리가 당과 인민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젊은 후배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퇴임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으나, SCMP는 "리커창 전 총리 등을 암시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과거 시 주석의 견제 세력으로 꼽힌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인 리 전 총리는 이번 전인대에서 시 주석의 최측근 중 한 명인 리창 신임 총리에게 자리를 내주고 정계에서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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