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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후 첫 충돌한 미국·러시아 군용기...확전 피했지만 긴장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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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후 첫 충돌한 미국·러시아 군용기...확전 피했지만 긴장 여전

입력
2023.03.15 15:4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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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Su-27 전투기, 미 MQ-9 무인기 프로펠러 충돌
미 무인기 흑해 해상 추락...미 "무모한 위협" 반발
러 "무인기 비행통제 불능 상태 자체 추락" 반박

14일 흑해 해상에서 러시아군 전투기와 충돌한 뒤 추락한 미군 무인기 MQ-9 '리퍼'가 2020년 11월 7일 네바다 시험훈련구역에서 비행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4일 흑해 해상에서 러시아군 전투기와 충돌한 뒤 추락한 미군 무인기 MQ-9 '리퍼'가 2020년 11월 7일 네바다 시험훈련구역에서 비행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전투기가 14일(현지시간) 흑해 상공에서 미국 무인기에 충돌해 무인기가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냉전 종식 이후 미러 양측 공군기가 충돌해 한쪽이 추락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러시아군의 고의적인 위협 때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엇갈린 공방 속에서도 미러 양측은 확전은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미 "러 전투기, 연료 뿌리며 무인기 비행 방해"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중부유럽표준시 기준 14일 오전 7시 3분쯤 러시아 수호이-27(Su-27) 전투기 1대가 미군 무인기 MQ-9 프로펠러를 강타해 공해상으로 추락시켰다”라고 발표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러시아 전투기는) 충돌 전 MQ-9 앞에서 여러 차례 연료를 뿌리며 비행했다”며 “무모하고 비전문적이었다”라고 비판했다.

Su-27 전투기 2대는 MQ-9 ‘리퍼’ 무인기에 접근한 뒤 30~40분간 주변을 선회했고 무인기 위에 연료를 뿌려댔다는 게 미국 측 설명이다. 그러다 Su-27 1대가 MQ-9 프로펠러를 들이받았고, MQ-9이 비행 불능 상태가 되자 무인기 조종사가 해상 추락을 유도했다고 미 국방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14일 흑해 해상에서 미군 무인기 MQ-9 '리퍼'와 충돌한 러시아 전투기 Su-27과 같은 기종의 전투기가 2013년 7월 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곡예비행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4일 흑해 해상에서 미군 무인기 MQ-9 '리퍼'와 충돌한 러시아 전투기 Su-27과 같은 기종의 전투기가 2013년 7월 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곡예비행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은 MQ-9이 흑해 상공에서 일상적인 정찰 임무를 수행 중이었고, 우크라이나와는 거리가 먼 국제공역 비행이었다고 설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의 방해 자체가 드문 일은 아니나 이번 사태는 위험하고 어설프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경우”라고 비판했다. 미군 무인기와 충돌한 러시아 전투기도 추락할 위험이 컸다는 게 미국 측 지적이다.

1980년대부터 실전 배치된 Su-27 전투기는 러시아군 4세대 전투기 주력 기종 중 하나로, 미국 F-15 전투기와 크기 및 능력 면에서 유사하다. MQ-9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위력을 발휘한 미국의 최강 무인 공격기다. 가격은 대당 3,200만 달러(약 420억 원)에 달한다. 미국은 추락한 무인기 회수 작전을 고려 중이다.

추락 원인 두고 미러 공방 가열...확전은 자제

추락 원인과 향후 대응을 놓고 미러 양국은 공방을 이어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안전하지 않고 전문적이지도 않은 요격”이라며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했다. 국무부는 이날 오후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를 국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미국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동맹국에 상황 브리핑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오전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가 14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캐런 돈프리드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를 만나 흑해 상공 미러 공군기 충돌 사건 관련 항의를 받은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가 14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캐런 돈프리드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를 만나 흑해 상공 미러 공군기 충돌 사건 관련 항의를 받은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 MQ-9 무인기가 크림반도 인근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국경 방향으로 비행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무인기가 러시아 설정 공역 경계를 침범했고 통제불능 상태로 강하하다 수면과 충돌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특히 “러시아 전투기는 공중전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무인기와 접촉하지도 않고, 안전하게 기지로 귀환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안토노프 대사는 “우리는 이번 사건을 (미국) 도발로 보고 있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 어떤 대립도 원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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