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총리 "젊은 세대에 넘겨주고 뒤에 있어야"
장남 훈마넷 염두에 둔 듯... 세습 후 '상왕' 가능성
38년간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 온 ‘동남아시아 스트롱맨’이 순조로운 세습을 위한 시동을 거는 것일까. 훈센(70) 캄보디아 총리가 돌연 정계 은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서부 뽀삿주에서 열린 수력발전 프로젝트 행사에 참석해 자신을 ‘세계 최장수 총리’로 지칭한 뒤, “이제 새로운 세대가 (정권을) 이어받을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대신할 젊은 세대를 찾았다”며 “그들에게 (지도자 자리를) 넘겨주고 뒤에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젊은 세대’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뜻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그가 평소 장남 훈마넷(45) 캄보디아군 사령관을 자신의 후계자로 밀어왔다는 점에서 조만간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훈센 총리는 ‘21세기 철권통치’의 상징적 인물 중 한 명이다. 32세이던 1985년 1월 총리직에 오른 뒤 지금까지 줄곧 ‘캄보디아의 1인자’로서 권좌를 지켜 왔다. 2017년 전체 125석 중 55석을 가진 제1야당을 강제 해산시켰고, 이듬해 총선에선 캄보디아인민당(CPP)을 앞세워 모든 의석을 싹쓸이하며 일당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사실 훈센 총리의 ‘은퇴 암시’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식 석상에서 그는 “앞으로 10년은 더 정부를 이끌 것”이라거나, “78세 이상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장기집권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2020년엔 “장남이 후계를 잇더라도 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말에는 올해 7월 23일로 예정된 총선에서 연임에 도전, 5년 임기를 마친 뒤 2028년쯤 장남에게 총리직을 물려주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날 연설에서 돌연 7월 총선에 나서지 않고, 새 총리가 출범하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AP통신은 “사실상의 은퇴 암시”라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훈센 총리는 세습 통치를 통해 계속 캄보디아 정계를 쥐고 흔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그는 이날 “물러나더라도 새 총리를 지지할 것이고, 새 내각은 베테랑 은퇴 정치인과 함께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상왕’으로 군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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