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 금융위 의뢰로 스몰라이선스 연구
"득보다 실이 커 도입에 신중해야" 결론
SVB 사태로 현실로..."기존 은행 활용 바람직"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 체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검토 중인 스몰라이선스 도입에 대해 2년 전 한국금융연구원(금융연) 등 연구기관들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이유인데,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현실화하면서 정부의 추진 동력이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연과 보험연구원은 2020년 12월 금융위원회의 의뢰로 스몰라이선스 도입 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스몰라이선스는 업권별 고유 업무를 쪼개 다른 업권이 수행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당국은 대출 등 은행 업무에 스몰라이선스를 도입해 특화은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고서는 스몰라이선스 도입이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진단했다. 은행 간 경쟁 촉진이나 대출 공급 확대 등 장점도 있으나, 경기 변동에 따른 부실화 위험성 등 단점이 더 크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이는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위기설이 제기된 직후 불과 44시간 만에 파산한 SVB 사례로 현실화했다.
보고서는 SVB와 유사하게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게만 대출하는 중소기업대출 전문은행 도입에도 부정적이었다. 부산·대구 등 지방의 중소기업 전담은행으로 출범했던 동남은행과 대동은행이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두 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의 무더기 부실을 버티지 못해 퇴출됐다.
이런 특화은행은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소기업은 불경기 때 대출 규모를 급격하게 줄이는 탓에 은행 부실로 전이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 경험이 많지 않은 신규 은행의 경우 부실대출이 쌓여 건전성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도 우려됐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중소기업대출 전문은행은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금융시스템 안정성 확보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허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중소기업금융 수요는 스몰라이선스보다 기존 은행이나 정책금융기관의 대출 확대로 충족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소기업대출 전문은행 도입에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금융위는 해당 보고서를 2년 넘게 비공개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에는 초기 검토 단계였기에 비공개 결정했지만, 공개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로선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며 "보고서 내용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모아 스몰라이선스 도입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