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 섞일 가능성 낮고, 동선 안 겹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대규모 집회 장소와 300m 떨어진 식당 방문 사실을 숨긴 학생에게 정학 처분을 내린 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5일 A씨가 B국제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8월 15일 코로나19 확산기에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광복절 집회 장소 인근에서 300m가량 떨어진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학교가 사흘 뒤 개학과 함께 학생들을 상대로 "14일 이내에 본인 혼은 가족 구성원이 코로나19 다수 감염이 있는 지역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하자, A씨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얼마 뒤 A씨는 정학 2일 징계를 받았다. 학교는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지역에 다녀온 적이 없다고 응답한 건 학교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봤다. A씨의 광화문 인근 방문 사실이 학생들을 통해 퍼진 게 화근이 됐다.
A씨는 이에 2020년 10월 징계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징계처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없다"며 "A씨가 2021년 5월 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징계 무효 확인을 구할 소송의 이익도 없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2021년 8월 A씨 손을 들어줬다. ①A씨가 방문한 식당은 집회참석자들과 섞일 가능성이 거의 없고 ②A씨 동선도 집회 장소와 겹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아니오"라는 답변을 허위로 평가해 징계 사유로 삼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소송 실익이 없다'는 학교 측 주장에 대해선 "A씨에 대한 징계내역은 학적관리 시스템에 영구적으로 기재돼 향후 불이익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또한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도 하급심 결론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징계 자체는 과거의 법률관계라고 하더라도,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은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요구에 필요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사항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그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 판결을 받는 건 적절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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