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초소 앞에서 숨진 채 발견
서울 강남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경비원이 투신해 숨졌다. 해당 경비원은 극단적 선택 전 아파트관리사무소의 ‘인사 갑질’을 고발하는 호소문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강남구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70대 남성 A씨가 이날 오전 8시쯤 근무 초소 인근에서 사망 상태로 발견됐다. 오전 6시 30분쯤 교대를 마치고 근무를 시작한 지 2시간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서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투신 25분 전 ‘주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메모를 동료 경비원들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호소문에는 “A(본인)를 죽음으로 끌고 가는 B소장은 책임 지켜야 한다” “솔선수범하는 A를 강제로 반장을 해제시킨 B소장은 정신적ㆍ육체적 고통 책임져라”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와 함께 일했던 경비원들은 지난해 12월 선임된 아파트관리사무소장 B씨의 부당한 인사 개입이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한 경비원은 “능력을 인정받아 이 아파트에서만 10년 동안 반장으로 근무한 A씨가 부하직원의 사소한 실수를 이유로 이달 8일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됐다”면서 “경비원들에게 ‘갑’의 위치에 있는 B씨가 인사권을 가진 경비대장을 통해 끊임없이 A씨의 인사이동을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비원은 “36명을 통솔하던 반장이 말단으로 내려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존심이 오죽 상했으면 극단적 선택을 했겠느냐”고 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부적절한 인사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B씨는 “올해 1월 A씨가 먼저 ‘(반장 일이) 힘들다’며 일반 경비원으로 일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이달 재차 요청해 이동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관리사무소는 오히려 올 초 경비용역업체가 변경됐음에도 기존 근무자들을 거의 그대로 고용하기도 할 정도로 사정을 봐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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