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보수 산케이도 높이 평가한 오에 겐자부로의 압도적 문학 세계

알림

보수 산케이도 높이 평가한 오에 겐자부로의 압도적 문학 세계

입력
2023.03.14 18:00
24면
0 0

보수 신문도 1면 톱 기사로 자세히 보도
'전후 민주주의의 기수' 사회 활동도 조명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향년 88세. 사진은 2015년 3월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는 오에 겐자부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향년 88세. 사진은 2015년 3월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는 오에 겐자부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달 3일 타계한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적 작가이면서 평화헌법 수호, 원자력발전소 반대 등을 주장한 진보적 지식인이었다. 한국을 방문해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충분히 사죄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고인에게 일본 언론들은 보수, 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깊은 경외심을 표했다.

보수 언론도 애도...산케이는 "문화훈장 거부, 실망"

요미우리신문은 오에의 부고를 1면 톱기사로 다뤘다. “100년이 지나도 가치가 남을 현대 작가가 누굴까 생각하면, 결국 오에가 되지 않을까. (오에의 죽음은) 일본 근대문학에 하나의 종언일지도 모른다"는 오자키 마리코 와세다대 교수의 기고도 실었다. 오자키 교수는 “동서고금과 좌우 양쪽을 넓게 조망하면서 모든 작품의 구절마다 앞으로 100년 동안 연구를 거듭할 만한 의미를 채워 넣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에 문학의 기조를 이루는 것은 인류의 비참한 상황과 그로부터의 구원”이라면서 “일본 패전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후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반핵 운동과 헌법 수호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고 평했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도 “고인은 전후 민주주의 세대의 기수였으며, 현대인의 고통과 영혼의 구원을 그린 그의 소설은 보편적인 세계문학이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다만 칼럼에선 “오에의 자위대론(2003년 자위대의 이라크 전쟁 파병에 반대)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는 일본인으로서 기뻤지만 문화훈장 수훈을 거부해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2014년 3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원전 반대 시위를 하던 오에 겐자부로. 도쿄=EPA 연합뉴스

2014년 3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원전 반대 시위를 하던 오에 겐자부로. 도쿄=EPA 연합뉴스



반핵, 평화헌법 수호 운동 함께한 사회활동가들 애도

아사히신문은 고인과 교유했던 사회 활동가들의 애도를 전했다. 고인은 1970년 저술한 ‘오키나와 노트’에서 오키나와 전투 당시 일본군의 집단 자결 명령이 있다고 썼다가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고, 결국 승소했다. 증인으로 나섰던 한 여성사 연구자는 “주민의 증언을 믿은 오에의 신념에 나도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핵무기 폐기를 목표로 하는 히로시마의 모임’ 고문도 “오에는 히로시마에 특별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평화헌법 수호를 호소하는 단체인 ‘9조의 모임’의 이케우치 료 나고야대 명예교수는 “오에는 모임의 상징적 존재였다”고 기렸다.

일본의 문호 오에 겐자부로가 1994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의 문호 오에 겐자부로가 1994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인들 "일본뿐 아니라 세계 문학계 손실" 추모

일본 문인들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오에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일본 문단은 큰 긴장감을 줬고, '만년 원년의 축구’ ‘세븐틴’ 등은 소설을 쓰기 싫어질 정도로 압도적이었다"고 했다. 원로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오에의 죽음은 세계 문학계의 손실이다.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자들과는 전혀 다른 산문가이며, 이런 작가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학평론가 안도 레이지는 "오에는 전후 일본 문학을 견인한 거대한 존재였으며, 일본 문학계가 가이드라인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