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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위적이라고? 뼈저리게 공감된다" 학폭 피해 부모가 본 더 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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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위적이라고? 뼈저리게 공감된다" 학폭 피해 부모가 본 더 글로리

입력
2023.03.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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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준 학교폭력연구소 소장 인터뷰
중학교 2학년생 아들, 학교폭력 당해
부모, 전조 알아차리고 증거 수집해야

배우 송혜교가 처연하고 아름다운 복수의 서막을 알렸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송혜교가 처연하고 아름다운 복수의 서막을 알렸다. 넷플릭스 제공

2020년 봄.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이 학교폭력을 당했다. 폐쇄회로(CC)TV 속 아들이 4명에게 돌아가며 맞는 동안, 15명은 이를 방관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춤을 추기도 했다. 아이가 얼마나 공포스러웠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이해준 학교폭력상담소장은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해 "더글로리 복수 과정이 작위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피해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선 충분히 감정이입이 된다. 왜 사적복수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뼈저리게 공감된다"며 자신의 아들이 당했던 학폭을 떠올렸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이 소장은 2020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폭력상담가 일을 시작했다. 학폭피해 부모가 되어보니, 현실은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기는커녕 피해자들이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증거수집'이다.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역으로 신고해 '쌍방' 학폭위가 열리는 경우도 있다. 이 소장은 "학폭 피해는 대부분 직간접 증거가 미약하다보니, 조사 과정에서 부모들이 원하지 않는 결과들을 얻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변호사를 선임하면 변호사가 다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변호사는 조언을 할 뿐이지 실질적인 증거 수집은 부모들이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도 했다.

이 소장은 아들이 한 아파트 CCTV를 뒤져 아들이 19명에 둘러싸여 폭행당하는 영상을 찾아냈다. 그는 "제3자가 볼 때도 학폭이라고 명확하게 인식할 만한 증거들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CTV가 없는 경우, 자녀가 피해를 당해왔다는 사실을 증언해 줄 사람이나 기록도 도움이 된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일차적으로 선생님들이 인지하게끔 해줘야 한다. 이런 기록들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지속적인 폭력의 간접적인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적극적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한편 아들이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하려고 노력했다. 함께 여행을 다녀오고, 스마트워치를 채워줬다.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처리할지에 대한 계획들도 공유했다. 이 소장은 "네 잘못이 아니다"는 말을 자주 해줬다고 했다. 어린 나이인 학폭 피해자들은 '나 때문'이라며 자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소장 가족은 다행히 고비를 넘었다. 이 소장 아들은 또래 아이들처럼 "경찰이 되고 싶다", "경제학과에 가고싶다"는 꿈을 이야기하는 고등학생이 됐다. 당시 학교 학폭위는 학폭을 주도했던 가해자에게 사회봉사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아직 많은 학생들이 학폭을 당하고 있다. 이 소장은 부모들은 우선 아이들이 학폭을 당하고 있다는 전조부터 알아차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소장의 아들은 "이사하고 싶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가해 학생 부모들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그는 "상담을 하다 보면 가해자들이 사과를 하면 충분히 풀릴 수 있는 일들도 많다. 이 방송을 듣고 있는 가해 학생들의 부모가 있다면, 우선 진정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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