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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제질서 독점이 못마땅한 시진핑, '전쟁 중재자' 행보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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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제질서 독점이 못마땅한 시진핑, '전쟁 중재자' 행보 강화

입력
2023.03.14 19: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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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젤렌스키와 연쇄 접촉할 듯
국제사회 리더십 두고 미국에 도전장
성공시 시진핑 국제사회 위상 급상승
실질적 휴전 협상 끌어낼지는 미지수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회담을 갖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발리=AP 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회담을 갖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발리=AP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차례로 대면 혹은 화상 회담에 나선다. 최근 양국에 중재안을 제안한 데 이어 '자칭 중재자'로서 보다 적극적 행보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영역이었던 '국제 분쟁 해결'에 시 주석이 직접 뛰어들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도전장을 내는 모양새가 됐다. 이를 위해 중국은 최대 우방인 러시아의 지원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중재에 성공하면 시 주석의 국제적 위상이 치솟겠지만, 전쟁 당사국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묘안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의학보다 중의학이 낫다"...국제사회 리더십 부각

지난해 12월 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아랍국가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악수하고 있다. 리야드=AF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아랍국가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악수하고 있다. 리야드=AF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시 주석이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할 계획이라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나왔다.

중국은 전쟁 발발 1년인 지난달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중재안을 발표했다. △냉전적 사고방식 포기 △조속한 협상 재개를 통한 전면 휴전 △핵무기 사용 반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국이 중재자를 자처하는 건 '국제사회 리더십 교체 시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전쟁 기간 내내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방적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전쟁 장기화의 책임을 미국에 돌린 것이다.

중국의 야심은 크다.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물밑 중재를 통해 7년 만의 국교 복원을 이끌어 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화를 조금만 진전시켜도 중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대한 주목도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 전문가 존 알터만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 질서가 유일한 선택지라는 미국의 주장을 약화시켰다"고 WSJ에 말했다. 왕이웨이 런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서양 의학이 치료하지 못한 병을 중국 의학이 치료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재 시원찮을 경우 "러시아 뒷배" 비판 역풍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라보는 가운데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라보는 가운데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중재자 행보는 시 주석의 대내 리더십을 다지기 위한 용도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13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 역사상 전례 없는 국가주석 3연임을 관철시켰지만, 정당성을 둘러싼 국내외 잡음이 여전하다. 시 주석이 국제 분쟁 해결사를 자처하는 것은 독재자 이미지를 희석하고 국내 여론을 나라 밖으로 돌리기 위한 의도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시 주석의 중재가 통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조속한 협상을 통한 휴전'이라는 제안은 '본래 영토의 완전 수복'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입장과 거리가 멀다. 푸틴 대통령과의 스킨십 강화만 부각되고 우크라이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중국은 역시 러시아의 뒷배"라는 서방의 비판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시 주석의 행보를 표면적으로는 반겼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우리는 시 주석이 러시아 관점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관점도 들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도록 독려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잠재적으로 더 많은 균형과 관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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