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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배우 사상 첫 동반 수상… ‘화이트 오스카’를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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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배우 사상 첫 동반 수상… ‘화이트 오스카’를 지웠다

입력
2023.03.13 17:06
수정
2023.03.13 17:26
2면
0 0

량쯔충 95년 역사 최초 아시아계 여우주연상 영예
베트남계 키 호이 콴 남우조연상 수상으로 새 기록
중국계 이민 가족 다룬 '에에올' 작품상 등 7관왕 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대니얼 콴(맨 아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감독과 배우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제임스 홍, 제작자 조너선 왕, 배우 량쯔충, 스테파니 수가 12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7관왕에 오른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환호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대니얼 콴(맨 아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감독과 배우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 제임스 홍, 제작자 조너선 왕, 배우 량쯔충, 스테파니 수가 12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7관왕에 오른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환호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여러분은 오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배우 량쯔충의 수상 소감)

95년 오스카 역사가 새로 쓰였다. 아시아계 배우가 사상 처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시아계가 남우조연상까지 차지해 아시아계 동반 수상이라는 새 기록을 세웠다.

말레이시아 배우 량쯔충(61)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베트남계 미국 배우 키 호이 콴(52)은 아시아계 두 번째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량쯔충과 콴이 출연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에올)는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제이미 리 커티스), 각본상, 편집상 등 7관왕을 차지하며 올해 오스카의 주인공이 됐다. ‘에에올’은 다중 우주를 소재로 미국에 이민 온 중국계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영화로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예고됐던 아시아 바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중국계 미국 이민 가정을 중심에 둔 영화로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중국계 미국 이민 가정을 중심에 둔 영화로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올해 오스카는 말 그대로 아시아계 잔치였다. 아시아 바람은 시상식 전부터 불었다. 배우 부문에 역대 최다로 후보가 지명됐다. 량쯔충과 콴 이외에도 ‘에에올’의 중국계 배우 스테파니 수가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랐다. ‘더 웨일’의 베트남계 홍 차우 역시 여우조연상 후보 명단에 들었다.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계 영국 작가 이시구로 가즈오는 ‘리빙’으로 각색상 후보가 됐다. ‘에에올’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후보가 된 대니얼 콴 감독 역시 아시아계다. 인도 영화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의 삽입곡 ‘나투’는 주제가상 후보에 지명됐다.

기대는 릴레이 수상으로 이어졌다. 1936년 인도계 메를 오베론 이후 87년 만에 아시아계 여우주연상 후보가 된 량쯔충은 최대 경쟁자 케이트 블란쳇(타르)을 누르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콴은 1985년 행 응고르(킬링필드) 수상 이후 두 번째 아시아계 남우조연상 수상자가 됐다. 응고르 역시 베트남계다. 콴 감독은 공동 연출을 한 대니얼 슈네이트 감독과 함께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나투’는 인도 영화 역사 최초로 오스카 주제가상 트로피를 차지했다.

‘백인 일색 오스카’ 옛일로

12일 오후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인도 배우들이 'RRR' 삽입곡 '나투'를 부르며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12일 오후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인도 배우들이 'RRR' 삽입곡 '나투'를 부르며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아시아 강세는 2020년부터 시작됐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4관왕(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상)에 오르며 물길을 바꿨다. 2021년엔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가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을 받았고, 한국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 축하 공연에서도 아시아계의 약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에에올’의 스테파니 수가 ‘에에올’의 주제곡 ‘이것이 인생(This Is a Life)'을 불렀다. 무용수와 연주자는 모두 아시아계였다. 이들 공연을 소개한 이는 중국 액션 배우 전쯔단이었다. ‘RRR’의 주연배우 라마 라오 주니어와 람 차란은 ‘나투’를 부르며 영화 속 군무를 재연하기도 했다.

2018년만 해도 아카데미는 백인 편향으로 도마에 올랐다. 2000년 이후 배우상 수상자 72명 가운데 60명이 백인이었기 때문이다. 오스카 배우상은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적 의미를 담은 ‘화이트 오스카(White Oscar)’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이후 비판 여론을 감안해 성별과 인종 다양성을 고려해 신입 회원을 지명해왔다. 김효정(한양대 미래융합학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는 “아카데미가 아시아계에 남은 마지막 장벽까지 무너뜨렸다”며 “대중적인 배우상 부문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의미 있는 진보”라고 평가했다.

반전 영화 ‘서부 전선’ 4관왕 선전

이날 시상식에서는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성과가 눈에 띄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강한 반전 메시지를 전하는 이 영화는 국제장편영화상과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더 웨일’의 브렌던 프레이저는 남우주연상을 안았다. ‘아바타: 물의 길’은 시각효과상을, ‘탑건: 매버릭’은 음향상을 각기 차지했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에 돌아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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