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병무청, 병역비리 137명 재판 넘겨
뇌전증 면탈 공범도 20명, "新 비리 수법"
래퍼 나플라, 공무원 등 7명 '조직적 가담'
병무청 "불시 실태조사 등 제도개선할 것"
검찰과 병무청이 3개월 동안 병역비리를 집중 수사해 면탈사범 137명을 재판에 넘겼다. 신종 면탈 수법으로 자리잡은 ‘허위 뇌전증’ 관련 사범만 130명이 기소됐다. 비리 행태는 단 두 명의 브로커에 의해 이뤄졌다. 연예인, 프로스포츠 선수, 프로게이머, 대형로펌 변호사, 의사 등 사회 각층을 망라한 인사들이 병역비리에 연루돼 한국사회 ‘도덕적 해이’의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서울남부지검ㆍ병무청 합동수사팀은 13일 이런 내용이 담긴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기소된 피의자 절대 다수는 가짜 뇌전증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역면탈을 시도한 경우다. 래퍼 라비(30ㆍ본명 김원식), 배우 송덕호(30ㆍ본명 김정현), 배구선수 조재성(28ㆍOK금융그룹) 등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사 외에도 프로게이머 코치, 의사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브로커 구모(49)씨와 김모(38)씨에게 의뢰해 뇌전증 증상이 적힌 허위진단서로 병역을 감면받았다.
브로커와 계약하고 목격자 행세를 하는 등 범행을 적극 도운 부장판사 출신 전직 대형로펌 변호사 등 가족, 지인 20명도 공범으로 함께 기소됐다.
두 브로커는 건당 최대 1억1,000만 원을 받고 ‘시나리오’ 제공 대가로 각각 13억8,387만 원, 2억1,760만 원을 챙겼다. 검찰은 이를 범죄수익으로 판단해 추징보전을 완료했다.
허위 뇌전증은 아니지만 래퍼 나플라(31ㆍ본명 최석배)는 본인뿐 아니라 소속사 공동대표, 공무원 등 총 7명이 가담한 ‘조직적 비리’ 행태가 확인됐다. 나플라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되자, 소속사 대표 김모(37)씨, 브로커 구씨와 공모해 조기 소집해제를 시도했다. 구씨는 2,500만 원을 받고 2년간 우울증이 악화된 것처럼 꾸며 허위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도록 도왔다.
공무원들은 출근부를 조작해 실제 출근한 적이 없는 나플라가 141일간 출근한 것처럼 만든 뒤 지각, 조퇴, 병가 등 갖가지 근무상황을 끼워 넣었다. 검찰은 이들이 “나플라가 노력했으나, 정신질환 때문에 정상복무가 쉽지 않았다”는 모습을 연출해 복무부적합 판정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플라와 서울지방병무청 복무담당관 강모(58)씨, 서울 서초구청 복무담당 공무원 염모(58)씨 등 3명은 이날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김씨 등 4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금품수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병역 의무와 공문서 작성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는 만큼 혐의가 중하다”고 설명했다.
병무청은 뇌전증 외 문제로 브로커와 계약한 의뢰인과 최근 수년간 관련 질병으로 병역감면 혜택을 받은 이들도 점검할 계획이다. 병적 별도관리자와 복무부실 우려자를 상대로 불시 실태조사를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혈중 약물 농도 측정 등 병역 판정검사 정밀화 △병역면탈 통합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연예인ㆍ체육선수ㆍ고위공무원 등 병적별도관리 강화 등의 제도 개선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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