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티켓 거래 플랫폼 티켓베이 지분 43% 확보
"단순 투자 목적, 당장 티켓 리셀 계획 없다"
C2C 시장 강화하는 네이버, 암표 시장 확대 우려
"패션은 그나마 문화라지만, 티켓은 가수들도 리셀을 금지하는데…이건 좀 선 넘는 거 아닌가요?"
한 공연 커뮤니티
네이버의 손자회사 크림이 티켓 거래 플랫폼 티켓베이의 운영사 팀플러스의 2대 주주에 올라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지분 확보를 통해 최근 운동화, 명품 가방을 시작으로 전자제품 등 개인 간 거래(C2C) 리셀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네이버가 콘서트, 스포츠 경기의 티켓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에 따라 암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공연, 스포츠 팬들이 더 비싼 가격으로 티켓을 구입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크림은 최근 팀플러스에 43억7,000만 원을 투자해 지분 43.13%를 확보했다. 티켓베이는 회원 180만여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티켓 거래 C2C 플랫폼이다. 공연, 스포츠, 영화, 여행, 숙박 등 다양한 티켓을 사고팔고 있다. 인터파크, 티켓링크 등이 공연 기획사나 프로스포츠 연맹과 계약을 통해 공식 티켓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라면, 티켓베이는 개인이 인터파크 등을 통해 구입한 티켓을 다른 개인에게 재판매하는 플랫폼으로 보면 된다.
운동화·명품 리셀로 커진 크림, 티켓 시장 진출?
네이버는 C2C 시장이 차세대 커머스 시장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고 2020년 자회사 스노우에서 크림을 분사했다. 크림은 한정판 운동화를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리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지난해 거래액만 1조7,000억 원까지 커졌다. 초기엔 무료였지만 현재는 거래당 5%가량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 가치가 9,700억 원에 달해 설립 3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규모 스타트업)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문화·공연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온라인 티켓 플랫폼 진출이 달갑지 않다. 지금도 티켓베이 등을 통한 암표 거래가 성행하는데 국내 최대 포털까지 뛰어들 경우 암표 문화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실제 티켓베이에서는 다음 달 8일 열리는 엑소 팬미팅 티켓이 최대 15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티켓 가격(9만9,000원)의 열다섯 배 이상 비싸게 팔리는 셈. 티켓베이는 거래의 10%를 수수료로 거둬들인다. 특히 이 중 상당수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티켓을 미리 사둔 업체들을 통한 거래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법에서는 웃돈을 얹어 암표를 파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있다. 경범죄 처벌법에서는 암표를 판매하는 사람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암표 거래 중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등에서 웃돈을 받고 티켓을 되판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티켓베이 등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매크로 거래' 판매자 처벌법 통과…"플랫폼도 공범"
공연 기획사들은 온라인상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티켓을 현장 수령하도록 하고, 예약 정보와 티켓 수령인의 신분을 대조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암표상들은 다양한 수법으로 이를 피해 간다. 심지어 티켓베이에서는 '입장 안심 서비스'라는 것을 내세워 암표 거래를 돕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푯값의 10%를 추가로 내는 대신 현장에서 입장을 거부당할 경우 티켓베이로부터 티켓 결제 금액을 전액 보상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협회장은 "운동화나 명품을 되파는 리셀은 전 세계적으로 성행하는 문화로 이해할 수 있지만 티켓은 특정 일자가 지나가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에서 리셀로 볼 수 없다"며 "네이버가 티켓베이에 투자한 것은 도둑을 양성하는 회사를 키우겠다는 뜻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국회는 온라인상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연 관람권을 사들인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공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처벌 대상에는 이를 중계하는 플랫폼 업체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신현호 법무법인 위공 변호사는 "매크로를 통해 티켓을 되파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규정을 만든 만큼 수수료를 징수하는 플랫폼도 책임을 지게 할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에서 리셀러가 매크로를 이용해 암표를 대량으로 판다는 걸 인식할 수밖에 없다면 플랫폼도 공범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크림 관계자는 이번 티켓베이 투자에 대해 "당장 크림의 서비스에 티켓 리셀을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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