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기동사단 제병협동 전투사격 훈련장 가봤더니]
'K방산' 효자 K2 전차 필두로 유사시 진격 임무
적 항공위협 대비한 비호복합 대공포 등 동원
"적 전술 및 적지의 상황을 가정한 실전적 훈련"
굉음을 내며 산길을 질주한 K2 흑표전차들이 화염을 내뿜으며 주포를 발사했다. 용문산 자락에 설치된 표적에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초탄 명중을 확인한 전차는 또다시 주포를 쏘아 올렸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적을 제압하는 데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우리 군의 선봉에 선 기갑부대는 궤멸된 적 진지를 딛고 위용을 뽐내며 거침없이 나아갔다.
지난 9일 경기 양평종합훈련장. 육군 제11기동사단 천마대대의 제병협동 전투사격 훈련이 한창이었다. 사방에서 용솟음치는 황토색의 먼지가 앞을 가리고, 디젤연료가 타는 냄새에 화약 냄새까지 진동하며 코를 찔렀다. 11사단은 5일부터 시작한 5박 6일간의 훈련을 위해 K2 전차와 K200 장갑차, K9 자주포와 K30 비호복합 자주대공포, K600 장애물개척전차 등 총 40여 대의 육군 최정예 장비를 동원했다. 13일 실시하는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자유의 방패(FS)'를 앞두고 육군은 그렇게 비장한 각오로 전투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11사단은 우리 군 유일의 기동군단인 제7기동군단 예하부대다. 유사시 북한의 심장부로 파고들어가 기선을 잡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기갑부대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된 상황에서 실전과 다름없는 훈련을 통해 최강의 기갑전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을 감안한 듯, 훈련에서는 각 부대의 물샐틈없는 공조와 협력이 돋보였다. 마냥 적진으로 진군했다가는 매복과 기습에 걸려 작전이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훈련이 시작되자 11사단 포병대대와 전차대대 지원소대, 기계화보병중대는 공격 개시 전후 작전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공격준비 사격’을 30여 분 실시했다. 이어 기계화보병소대와 전차소대가 공격 개시선을 통과하며 부대는 목표 지점으로 이동했다. 도중 적 보병소대와 적 장갑차의 위협을 식별해 각각 박격포와 전차포로 대응해 적 경계부대를 격멸하는 시나리오도 펼쳐졌다.
장갑전투도저 M9 에이스는 한 번 발사로 폭 6~8m, 길이 100m 안전 통로를 개척할 수 있는 지뢰지대 개척 선형폭탄(MICLICㆍ미클릭) 장비를 이끌고 훈련에 참가했다. 2020년 12월 초도 양산 물량이 육군에 최초 공급된 최신 전투공병전차인 K600 ‘코뿔소’는 장착된 지뢰제거쟁기로 통로 개척 훈련을 벌였다. K200 장갑차는 주변의 위협에 대해 기관총 사격으로 엄호에 나섰다.
자주대공포 비호복합은 쉴 새 없이 레이더를 회전시키고 있었다. 북한군의 무인기 등 공중침투 위협 상황을 가정했다. 1년 넘게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은 터키제 바이락타르 무인기로, 러시아군은 이란제 샤헤드-136 무인기로 적 기갑 전력을 노리는 게릴라 공격을 선보이고 있다. 비호복합은 우리 군이 북한의 무인기 공격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서는 무기다.
비호복합은 20㎞까지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30㎜ 기관포와 신궁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탑재해 적 항공전력에 직접 맞설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훈련에서 비호복합이 가상 대공사격을 통해 적의 위협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다고 귀띔했다.
이날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최근 폴란드에도 대거 수출된 ‘K방산’의 효자 K2전차의 활약이었다.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K2 전차는 우리 군의 선봉에서 화력을 선보이며 1㎞가량 떨어진 가상 표적을 이동간 사격으로 명중시켰다. 이어 진입한 K2 전차들은 멈춘 상태에서 제각각 1발씩 포탄을 날렸고, 동시에 모든 전차들이 사격해 적의 심장부를 정확히 때리며 초토화시켰다.
기계화보병과 공병 등 후속중대가 적 진지를 돌파하면서 훈련이 마무리됐다. 적 전술 및 적지의 상황을 가정해 복잡하고 세밀한 제병협동의 절차를 재차 숙달하며 육군이 왜 강한지를 입증했다. 육군 관계자는 “장병들이 우리 군의 압도적인 화력, 기동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목표 달성을 위한 전투수행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K2 전차 훈련을 지휘한 전차중대장 송지수 대위는 “한반도에서 가장 강력한 공세부대인 11사단은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어디든 달려가 전선을 돌파할 수 있도록 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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