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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타이밍'...SVB 회장, 파산 11일 전 주식 47억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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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타이밍'...SVB 회장, 파산 11일 전 주식 47억 매각

입력
2023.03.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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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사실 보고해 현행법상 문제없어
3개월 전 보고 강화 규정은 4월부터 시행
허점 이용했을 가능성...자금난 인지 여부는 답변 안 해

그레그 베커 실리콘밸리은행(SVB) 회장. 연합뉴스

그레그 베커 실리콘밸리은행(SVB) 회장. 연합뉴스


미국 스타트업계 자금 줄 역활을 해왔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10일(현지 시각) 파산한 가운데,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주가가 급락하기 직전 본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을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SVB 공시 자료를 인용해, 그레그 베커 회장 겸 CEO가 지난달 27일 모회사 SVB파이낸셜 주식 1만2,451주를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총 360만 달러어치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47억 6,000만 원에 해당한다.

베커 회장의 주식 매각은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이뤄졌다. 파산이 발표되기 불과 11일 전이다.

블룸버그는 베커 회장이 주식을 매각하고 난 뒤, SVB가 채권을 매각해 자본 조달에 나선다고 발표한 것을 지적했다. 이 발표 뒤 SVB 주가는 하루 만에 60% 이상 폭락하는 등 곤두박질쳤다. 자금조달이 원할히 이뤄지지 않자, 다음날 미 금융당국은 전격적으로 은행 폐쇄 조치를 선언했다.

베커 CEO는 1월 26일에 지분 매각 계획을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다만 배커 CEO는 주식 매각 계획을 제출할 당시 SVB의 자본 조달 방침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블룸버그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임직원이 지분을 매각하기 최소 3개월 전에 보고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는데, 새 규정은 오는 4월 1일부터 적용한다. 현재 법상으로는 베커 CEO의 지분 매각에 법적 문제는 없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지분 매각계획을 보고하는 시점과 실제 거래 시점까지의 기간이 너무 짧아 경영자들이 이 허점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댄 테일러 교수도 "베커가 1월 26일 매각 계획을 알렸을 때 SVB가 자본 조달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다면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베커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 "SVB 파산에 이르기까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48시간을 보내야 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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