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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아, 파트 2에 온 걸 환영해" 완벽한 폐허 그린 '더 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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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아, 파트 2에 온 걸 환영해" 완벽한 폐허 그린 '더 글로리'

입력
2023.03.12 14:30
수정
2023.03.12 17: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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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장인 김은숙이 그린 완벽한 장르물
공개 하루 만에 26개국에서 1위
학교 폭력 이슈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도

※ 이 기사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송혜교의 진가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더 글로리' 파트2 속 그의 존재감은 파트 1 때보다 강렬했다. 넷플릭스 제공

송혜교의 진가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더 글로리' 파트2 속 그의 존재감은 파트 1 때보다 강렬했다. 넷플릭스 제공


학교 폭력 피해로 영혼까지 상처 입은 어린 문동은(정지소)의 모습. 문동은은 결국 완벽한 복수를 완성한다. 넷플릭스 제공

학교 폭력 피해로 영혼까지 상처 입은 어린 문동은(정지소)의 모습. 문동은은 결국 완벽한 복수를 완성한다. 넷플릭스 제공

"멋지다, 문동은! 브라보!"

동은(송혜교)이 용서 없는 복수로 비로소 영광을 되찾았다. 동은은 자신의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채 가해자들을 활용해 완벽한 복수를 해냈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에게는 자비 없는 가혹한 형벌이 내려졌다. 지난 1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파트 2의 결말이다.

학교 폭력으로 문동은(송혜교)의 영혼까지 파괴한 가해자 박연진(임지연)은 끝내 악몽 같은 고통을 맞이하며 폐허 한가운데에 선다. 넷플릭스 제공

학교 폭력으로 문동은(송혜교)의 영혼까지 파괴한 가해자 박연진(임지연)은 끝내 악몽 같은 고통을 맞이하며 폐허 한가운데에 선다. 넷플릭스 제공

12일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 파트 2는 전날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톱(TOP) 3위에 올랐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등 26개국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공개된 지 하루 만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태국에서 학교 폭력 이슈가 사회적 반향을 얻었듯 학교 폭력은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란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인 동은은 파트 2에서 결국 박연진(임지연)을 황량하고 어두컴컴한 폐허 한가운데에 세운다. 연진을 비롯한 가해자들을 옭아매기 위한 동은의 전략이 실현되는 과정도 개연성이 있다. 동은이 다른 인물과 관계를 맺으며 사실적인 복수를 해 나가는 과정도 대중의 공감을 샀다. 가해자들은 끝까지 반성을 하지 않는다. 얄팍한 우정으로 엮여 있던 가해자 이사라(김히어라)와 최혜정(차주영), 전재준(박성훈) 등은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배우 차주영이 맡은 최혜정 역은 가해자들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계급 속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배우 차주영이 맡은 최혜정 역은 가해자들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계급 속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친다. 넷플릭스 제공

한 치의 흔들림도 없던 동은이 자신의 '첫 가해자'인 엄마 정미희(박지아)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점은 오히려 현실적이다. "어떻게 날 또 이렇게 버려. 그것만큼은 하지 말았어야지"라는 동은의 말은 때때로 가족이 타인보다 더 잔인할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은 오히려 김은숙 작가의 주특기인 로맨스다. 동은과 주여정(이도현)의 로맨스는 불쑥 등장하는 느낌이 든다. 집요한 복수극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달콤한 여정의 대사가 김이 빠진다는 후기가 적지 않다. 혜정 등의 불필요한 노출도 옥에 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주여정(이도현)은 문동은(송혜교)의 조력자이자 연인이 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주여정(이도현)은 문동은(송혜교)의 조력자이자 연인이 된다. 넷플릭스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에 대한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엄마,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면 더 가슴이 아플 것 같아, 내가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이 아플 것 같아?" 딸의 질문으로 시작된 김은숙 작가의 이야기는 완벽한 권선징악을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더 글로리'가 계기가 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피해자들의 눈물 어린 폭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학교 폭력 문제를 단순하게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드라마 자체가 더욱 좋은 평가를 얻은 것"이라면서 "피해자인 동은의 사적 복수과정이 현실적으로 그려져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 커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김은숙(왼쪽) 작가와 안길호 PD가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김은숙(왼쪽) 작가와 안길호 PD가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로써 "내가 봐도 무섭도록 잘 썼더라"는 김은숙 작가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음이 증명됐다. 하지만 제목 그대로 영광의 마무리를 앞둔 '더 글로리'는 연출을 맡은 안길호 PD의 과거 학교 폭력 사실이 공개되면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최근 필리핀의 한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996년 안 PD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의 글이 올라왔다. 논란이 커지자 안 PD 측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필리핀 유학 당시 교제를 시작한 여자친구가 있었다"며 "여자친구가 본인으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줬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일을 통해 상처 받은 분들께 마음속 깊이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 의사를 밝혔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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