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 못 가려" 진술 번복
이화영 측 "형량 낮추려 檢 협조" 의혹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이 최근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진술을 번복한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상대로 "김성태 전 회장 형량을 낮추는 대신 수사에 협조하기로 검찰과 얘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 부회장은 그러나 김 전 회장이 구속되기 전에 이미 혐의를 인정하라고 자신에게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10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9차 공판에선 방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방 부회장은 이달 3일 공판에서 뇌물 공여를 인정한 것은 물론, 외국환거래법 수사와 관련해 "쌍방울 대북사업이 경기도 측과 함께 진행됐고 이 전 부지사 또한 대북송금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방 부회장을 상대로 반대신문에 나선 이 전 부지사 측은 '플리바게닝'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김 전 회장 귀국 후 진술을 바꿨고, 변호인도 같은 법인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장폐지심사 위험을 고려해 형량이 비교적 낮은 뇌물공여죄를 인정하는 대신 김 전 회장의 횡령·배임액수를 줄이기로 한 것 아니냐"며 "김 전 회장 죄를 줄이는 대신 경제적 대가가 약속돼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방 부회장 혐의와 관련해서도 "처음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였다가 빠지고, 이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문제가 되는데 이 부분도 형량이 낮은 쪽으로 기소해주는 대가로 진술을 바꾼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방 부회장은 그러나 "김 전 회장 공소장을 본 적도 없고, 변호사는 혼자서 힘들 것 같아 교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진술 번복 경위와 관련해선 "구속 전 이 전 부지사와 함께 변호사를 소개받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내 전화기로 김 전 회장과 두 번 통화했다"며 "회장님이 저한테 '야, 시인해라. 너 죽는다'고 했고, 이 전 부지사한테는 '형, 인정하세요. 정치자금법 그렇게 (형량이) 세지 않아요'라고 그때도 얘기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해외 도피 중일 때부터 자신에게 혐의를 인정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방 부회장은 법인카드를 이 전 부지사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가 말을 바꾼 것을 두곤 "몇 마디 하면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하고 검찰이 제시하는 내용과 증거를 보니 '잘못 생각했구나' 겁이 났고 '시인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이 상사일 뿐, 내 인생을 살아주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라며 "김 전 회장 귀국 전부터 마음이 바뀌어 검사에게 자백하겠다고 얘기해왔다"고 덧붙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